"금리인하 할 수도"…CPI 앞두고 변심한 매파 [글로벌마켓 A/S]
미국 뉴욕증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인플레이션 핵심 지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틀 연속 혼조세를 기록했다. 인공지능 반도체에 대한 경쟁이 심화하면서 엔비디아가 크게 조정을 받았고 구글과 인텔은 상승했다.

현지시간 9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52포인트, 0.14% 오른 5,209.9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52.68포인트, 0.32% 상승한 1만 6,306.64로 소폭 상승했다. 반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보잉, 아멕스 등의 하락 여파에 전날보다 9.13포인트, 0.02% 내린 3만 8,883.67로 장을 마감했다.

● 엇갈린 전망… "금리 내릴 수도" 보스틱, 입장변화 시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가늠할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를 앞두고 전현직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시장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이날 오전 제임스 불라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는 홍콩에서 열린 HSBC 투자 서밋 중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임 시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강도높은 긴축을 주장해온 그는 "현재로서는 연준 의장과 위원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세 번 금리 인하가 기본 가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가 매우 탄탄하고, 연준은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라면서 개인 소비지출 등 물가가 극적으로 하락해왔다고 평가했다.

연준 위원들 가운데 언론을 통해 매파적 발언을 가장 많이 쏟아낸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도 이날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금리인하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보스틱 총재는 "미국 경제가 매우 견고하고, 탄력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금리 인하가 더 멀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노동시장에서 앞으로 많은 고통이 있을 것이라는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정책 기조를 바꾸고 더 빨리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까지 발언을 공개한 연준 인사 가운데 미셸 보우먼 이사와 닐 카시카리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정체되거나 오르는 징후일 때 금리를 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매파적 입장을 드러냈다. 반면 로레타 메스터 총재와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는 금리인하가 적절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월가는 3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30만 3천 건으로 시장 예상을 상회한 가운데 하루 뒤에 나올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을 벗어날 경우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 CFRA 리서치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샘 스토발은 "지난 한 주 시장은 금리 인하에 대한 우려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라면서 "강한 CPI 지표가 나올 경우 조정을 촉발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알리안츠 트레이드 북미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댄 노스 역시 "디스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빠르거나 설득력이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는 점을 3월 보고서가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노동통계국이 공개할 3월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월가 전망치는 헤드라인과 근원 물가 모두 2월보다 0.1%포인트 내린 0.3%를 기대하고 있다. 헤드라인 물가는 전년보다 0.2% 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근원 물가는 3.7%로 2월의 3.8%에서 내릴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금리인하 할 수도"…CPI 앞두고 변심한 매파 [글로벌마켓 A/S]
● 원자재 가격은 랠리 지속…금 판매 신기록 코스트코

국제유가가 이날 크게 조정을 받았지만 금, 은, 구리 선물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장 초반 트라이온스 당 2,380달러를 넘어 최고가를 기록한 금은 0.4%, 은 값도 약 1% 올라 28.26달러선에 달했고, 구리 가격도 0.29% 오른 4.298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들어 은 가격은 17.6%, 금은 13% 뛰었고, 구리는 저점에서 무려 19%나 올랐다. 이들 상품을 포함한 글로벌 원자재지수인 S&P GSCI 기준 12% 상승했다. 구리가격의 최근 강세는 공급업체들의 감산과 중국내에서 전년대비 수요가 12%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상품 책임자인 프란시스코 블랜치는 "원자재가 연준의 금리 인하를 방해할 수 있는 잠재적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급등했던 밀,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은 하락을 지속하고 있지만 산업용 금속 가격 상승으로 물가를 자극할 위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금값이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코스트코를 통한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도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웰스파고는 지난해 8월 이후 1온스의 금괴를 온·오프라인 판매하고 있는 코스트코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 대비 금 매출이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웰스파고 애널리스트인 에드워드 켈리는 "코스트코에 대한 신뢰와 가격 정책, 빠른 매진 등으로 인해 구매 유인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제유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휴전 협상에 대한 기대로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는 전 거래일보다 1.34% 하락한 배럴당 85.27달러로 밀렸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 주도로 카타르, 이집트등이 중재한 6주간의 휴전 협상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단기 유가 전망은 시장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EIA는 전월 보고서보다 올해 연간 수요 전망은 40만 배럴, 2025년 정망치는 50만 배럴 상향하고 브렌트유 기준 2분기 유가는 배럴 당 89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인하 할 수도"…CPI 앞두고 변심한 매파 [글로벌마켓 A/S]
● 구글 종말론 잠재울까…AI 반도체 '액시온'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온 구글이 본격적인 자체 반도체 공급에 나섰다. 구글은 액시온(Axion)으로 부르는 맞춤형 인공지능 반도체를 올해 말부터 구글 클라우드 고객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파트너 기업들은 별도의 기술 투자 없이 구글의 AI반도체 추론 성능을 빌려 앱을 운용할 수 있다. 마크 로미어 구글 클라우드 머신러인 부사장은 "범용 Arm 프로세서에 비해 30%, 인텔에 비해 50% 높은 성능"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2013년부터 자체 반도체 개발을 본격화하고 2015년엔 내부 서비스에 도입한 뒤 2016년 알파고를 탄생시켰다. 현재 구글 클라우드에 탑재하는 텐서플로우유닛(TPU)는 지난해말 기준 V5p까지 공개되어 있다.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경쟁에서 밀려나 있던 인텔도 이날 전격 가우디3 반도체 출시를 알렸다. 가우디3는 5나노 공정으로 인텔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H100 GPU대비 추론 훈련 성능은 50%, 전력 효율은 40% 높다. 델, HP, 레노버, 슈퍼마이크로컴퓨터가 인텔 AI칩 공급 협력업체로 참여한다. 인텔 반도체를 활용한 파트너 기업에는 대규모 언어모델을 개발하는 네이버, 슈퍼컴퓨터 왓슨X 성능 시험 중인 IBM 등이 포함됐다.

데이터베이스 인공지능 반도체 최대 공급업체인 엔비디아는 하이퍼스케일러인 구글의 자체 반도체 개발 소식에 이날 하루 2% 넘게 내렸다. 반면 인텔은 0.92%, 알파벳은 1.28% 상승하며 상반된 움직임을 기록했다. 기술주 가운데 테슬라는 로보택시에 대한 기대감과 2018년 오토파일럿 이용 중 사고로 숨진 애플 엔지니어 월터 황 유가족과 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으로 2%대 강세로 거래를 마쳤다.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