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애플스토어 홍대점 스케치. 사진=이솔 기자
서울 마포구 애플스토어 홍대점 스케치. 사진=이솔 기자
중국 내 판매 부진과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밀려 추락하던 애플 주가가 급반등했다. 증권업계에서 제기되던 바닥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애플은 6월 세계 개발자 콘퍼런스(WWDC)에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애플은 27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전날보다 2.12% 오른 173.31달러에 마감했다. 160달러대로 떨어진 지 하루 만에 다시 170달러대를 회복했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다. 이날 WWDC에서 AI 기술 발표에 집중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애플이 그동안 경쟁사들보다 AI 기술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이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린다. WWDC는 전 세계 개발자들을 초청해 애플이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통해 9∼10월에 공개될 최신 아이폰에 담길 새 기능을 발표하는 행사다.

최근 시장에선 애플의 주가 하락이 과도하단 의견이 나온다. 애플 주가는 이달에만 4% 넘게 내리는 등 올 들어 9.9% 하락했다. 이 기간 나스닥 100지수가 8.6% 오르는 등 대형 기술주의 상승 랠리 속 애플은 소외됐다.

애플 주가가 부진한 배경엔 중국 시장과 AI 경쟁이 있다. 지난달 중국 내 아이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대비 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중국 내 애국 소비 열풍으로 화웨이에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는 등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애플은 전체 매출의 약 2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AI 경쟁에서 밀려난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애플은 그간 상대적으로 AI 투자에 소극적이란 지적이 잇따랐다. 올해 초 AI 시장의 승기를 잡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그동안 굳건히 세계 시가총액 1위를 지켜온 애플을 추월하기도 했다.

애플이 향후 AI 시장을 향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말 10년간 공들였던 자율주행 전기차 프로젝트였던 애플카 프로젝트를 접고 관련 인력을 AI 부서로 이동시키는 등 AI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 시장 부진에도 아이폰 점유율이 쉽사리 꺾이지 않을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아이폰 보유자 중 상당수가 구형을 쓰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몇 년 내에 강력한 갱신 주기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미국 증시를 이끄는 ‘매그니피센트7’(M7) 중 애플이 가장 저평가돼 있단 분석도 나온다. 애플의 목표주가에 대한 월가 컨센서스는 200.53달러다. 향후 12개월간 15.7%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테슬라(9.9%), 아마존(14.3%), 알파벳(8.8%), MS(10.8%)보다 상승 여력이 높다. 엔비디아와 메타의 상승 여력은 각각 5.8%, 6.1%에 그친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