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 살아있는 인간에 돼지신장 이식 성공…"회복 중"
사상 처음으로 돼지 신장을 살아있는 인간에 이식하는 수술이 성공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만성 신장병 환자인 메사추세츠주 공무원 리처드 슬레이먼(62)은 지난 16일 보스턴에 있는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4시간에 걸친 돼지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회복하고 있다.

돼지 신장을 뇌사자에게 이식한 사례는 있지만,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을 살아있는 사람에게 이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1월 유전자 변형 돼지 심장을 중환자에게 이식했지만 두달 후 환자는 사망했다.

메사추세츠주 바이오기업 이제네시스는 유전자 편집을 통해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당 분자 생성 유전자를 돼지 신장에서 제거했고 거부반응을 조절하는 7가지 인간 유전자를 삽입했다.

이번 수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하에 이뤄졌다. FDA는 신장에 있는 돼지 레트로바이러스가 환자와 친구, 가족 등에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고, 수술팀은 유전자를 편집해 바이러스를 비활성화했다.
메사추세츠종합병원. AP
메사추세츠종합병원. AP
의료진은 이번 수술로 슬레이먼이 2년 이상 생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슬레이먼은 수년 간 당뇨병과 고혈압을 앓던 중증 환자였다. 일주일에 세 번, 3시간 동안 혈액을 걸러내는 투석 치료를 받았고 이로 인한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았다.

6년 전에는 사망한 기증자로부터 인간 신장을 이식받았지만 잘 작동하던 신장이 다시 망가져 투석 치료를 재개했다. 2년 동안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랐지만 기증자를 찾을 수 없어 이번 수술에 동의했다.

의학계는 이번 수술이 장기 기증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슬레이먼의 주치의인 윈프레드 윌리엄스 주니어 박사는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이 꾸준히 공급되면 흑인 환자의 신장 이식에 대한 불평등한 접근이라는 오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빈곤 지역 거주 비율이 높은 흑인이 의료 접근성 등의 문제로 장기를 기증하는 비율이 낮아 흑인 환자들이 장기를 이식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이크 커티스 이제네시스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말까지 유전자 편집 돼지 간을 간부전 환자의 체외에 부착해 인간 장기 기증자를 찾을 때까지 환자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임상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슬레이먼 사례와 같은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 시험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