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는 에너지 분야 소식을 국가안보적 측면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룹니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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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형 투자은행들이 뉴욕시의 주주제안을 받은 뒤 잇따라 친환경 에너지 투자 비율을 공개하기로 했다. 반면 텍사스주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교육기금 위탁운용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블랙록이 자신들의 주력 산업인 화석연료을 반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대통령선거를 앞둔 민주당(뉴욕주)과 공화당(텍사스주)이 친환경 에너지에 관해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도 드디어 EU 그린택소노미 따라간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JP모간에 이어 씨티그룹이 뉴욕시와 녹색금융(기후금융) 비율을 공개하는 데 합의했다. 화석연료 대비 친환경 에너지 투자 비율을 공개한다는 의미다. 이번 결정은 올해 초 뉴욕시가 투자은행들에 녹색금융에 동참하도록 주주제안을 제출하면서 이뤄졌다. 뉴욕시 산하 3개 연기금의 운용자산은 총 1930억달러에 이른다. 막강한 자본을 출자하는 기관투자자(LP)로서의 영향력을 십분 발휘한 것이다.

녹색금융 비율이 1보다 작으면 은행이 신재생에너지 기업보다 화석연료 기업에 더 많은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는 뜻이다. 블룸버그 BNEF에 따르면 2022년 북미권 은행의 녹색금융 비율은 평균 0.6였다. BNEF는 파리협정(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이 비율이 4에 도달해야 한다고 추산한다.

뉴욕시의 주주제안은 JP모간, 씨티그룹을 포함해 총 6곳에 제출됐는데, 주주총회 전까지 사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총 안건에 올라 투표에 부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FT는 “미국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둘러싼 정치적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두 대형은행의 백기는 큰 진전”이라며 “미국이 유럽연합(EU)의 그린택소노미(친환경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녹색 산업 분류체계)를 따라가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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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텍사스 등 공화당 중심 주에서는 상반된 행보가 잇따르고 있다. 텍사스 등은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ESG 투자를 유행시킨 이후부터 “워크 자본주의(Woke capitalism)를 그만두라”며 블랙록과 반목을 거듭해오고 있다. 전날 텍사스주 교육위원회는 “2021년 도입된 텍사스주 법에 따라 블랙록을 교육기금 위탁운용사에서 해임한다”고 밝혔다.

텍사스 등 공화당州는 ESG 때리기 지속

텍사스 주 교육기금의 운용자산은 총 530억달러 가량이다. 블랙록은 이 가운데 약 85억달러를 대신 운용하고 있다. 주 교육위가 언급한 2021년 법률은 ESG 방침을 통해 화석연료 산업에 보이콧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애런 킨지 위원장은 "우리의 기금 자산은 주로 석유와 가스 산업에서 나온다"며 이에 반하는 투자 철학을 가진 블랙록에 자산 운용을 맡길 수 없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블랙록의 임원 출신인 테렌스 킬리 ESG 전략 평론가는 "정치와 금융은 교회와 국가만큼이나 분리되어야 한다"며 "오늘 텍사스의 결정은 큰 후퇴"라고 비판했다. 블랙록은 "주 교육위의 일방적 결정은 텍사스 학교의 미래에 해를 끼칠 결정"이라며 "블랙록은 여전히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즉각 반발했다. 지난해 실제로 텍사스에 본사를 둔 옥시덴탈페트롤리엄의 탄소포집저장(CCS) 프로젝트에 5억50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연합뉴스
래리 핑크 블랙록 CEO./연합뉴스
블랙록 등 녹색금융 주체를 향한 공화당의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핑크 CEO는 "지난해 반(反)ESG 역풍으로 인한 자금 운용 손실 규모가 40억달러에 이른다"며 "정치화된 ESG라는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피로감을 호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ESG가 ‘워크 자본주의’ ‘그린워싱’ 등 갖은 논란에 휩싸이자 명시적인 ESG 투자 대신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인프라 프로젝트에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랙록이 올해 1월 125억달러를 주고 인수한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GIP)는 수자원, 쓰레기 처리 등 다양한 친환경 인프라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펀드 운용사다. 지난해 투자한 옥시덴탈의 CCS 프로젝트도 석유기업의 친환경 전환에 자금을 댄다는 의미가 있다. 블룸버그 NEF에 따르면 지난해 에너지 전환 인프라 투자 규모는 약 1조 8000억달러로, 2022년 대비 약 17% 증가했다. 블랙록의 마케팅 임원은 “이를 ‘전환 투자(Transition Investing)’라고 불러달라”고 말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전환 투자는 ESG의 새로운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