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문 백과사전을 출판하는 브리태니커그룹이 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브리태니커는 기업가치 목표액을 10억달러(약 1조3405억원)로 잡았다.

'세계 최고 백과사전' 브리태니커 IPO…"기업가치 10억달러"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브리태니커그룹이 뉴욕증시에서 IPO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브리태니커는 지난 1월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 신청서를 비공개로 제출했다. 기업 재무정보를 IPO 전까지 기밀로 유지하려는 조치다.

브리태니커는 2022년에 IPO를 처음 추진했지만 당시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높이면서 자본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자 포기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주식시장 유동성이 증가하자 재도전에 나섰다. 브리태니커는 기업가치를 10억달러로 평가했다. IPO로 조달할 금액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SEC의 심사 절차를 거친 뒤 이르면 6월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768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설립된 브리태니커는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긴 영문 백과사전 브리태니커를 출판해왔다. 계몽주의 사상 전파와 함께 1800년대 사전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후 1910년대 들어 미국 유통업체 시어스가 브리태니커를 인수한 뒤 방문판매 마케팅을 확대했다. 미국 중산층 가구에 브리태니커 구매 열풍이 불었다. 1964년 미국을 대표하는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를 합병해 시장을 독점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사전 판매량은 급감했다. 1990년만 하더라도 사전 판매량은 12만 권을 기록했다. 매출은 6억5000만달러였다. 1994년 판매량은 5만1000권으로 절반 이상 줄었고 매출도 4억5300만달러에 그쳤다. 이후 수익성이 악화해 1996년 스위스 억만장자 투자자 야곱 E 사프라에게 매각됐다.

브리태니커는 이후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디지털 전환에 나섰다. 출간 244년 만인 2012년 브리태니커는 백과사전 인쇄물 출간을 전면 중단하고 온라인 전환을 선언했다. 백과사전에 저장된 자료를 활용해 온라인 교육 서비스인 브리태니커 에듀케이션도 출시했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자연어처리 플랫폼 멜링고AI를 선보이기도 했다.

시장에선 브리태니커가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며 안정적인 수익원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브리태니커 홈페이지의 연간 페이지뷰(PV)는 70억 회에 이른다. 100여 개국에서 1억5000만 명의 학생이 브리태니커 온라인 학습 자료를 이용하고 있다. 미국 교육기관 세 곳 중 두 곳은 브리태니커 자료를 사용한다. 구인·구직 플랫폼 집피아에 따르면 지난해 브리태니커의 매출은 1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