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스파고의 저주 "테슬라 44달러 될 수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3월 13일 수요일>

어제 2월 소비자물가(CPI) 발표가 있었고 내일은 2월 생산자물가(PPI)와 소매판매 발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다음주 19~20일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고요. 엔비디아의 GPU 기술 콘퍼런스(GTC, 18~21일)도 개막됩니다. 젠슨 황 CEO는 18일 오후 연설합니다. 이렇게 바쁜 일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13일(미 동부시간)은 뉴욕 금융시장에서 휴식과 같은 날이었습니다. 별다른 데이터 발표나 이벤트가 없었고, 시장은 어제 CPI 발표와 엔비디아 급등에 따른 여진을 소화했습니다.

전날 7% 넘게 치솟았던 엔비디아는 종일 1~3%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1.11%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펀더멘털에 대한 투자자 믿음은 강합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투자자들은 지난 화요일 큰 폭 상승 이후 기술주에서 이익을 취하고 있지만, AI/데이터센터에 대한 정서는 그 어느 때보다 낙관적이며 다음주 GTC 콘퍼런스에 대한 기대는 높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비벡 아야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에 대해 목표주가를 925달러에서 1100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매수' 등급을 유지했습니다. AI의 '우드스톡(Woodstock) 축제'와 같은 GTC가 다음주 열린다는 것이죠. 아야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가 여기에서 제품 파이프라인에 대한 중요한 업데이트를 하고 컴퓨팅 인프라스트럭처를 업그레이드할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월가 애널리스트 41명 중 39명이 엔비디아에 대해 매수 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매도 등급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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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 오늘 회자한 기사가 있습니다. IT 매체인 인포메이션이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조용히 생성 AI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죠. 아마존 등이 실제 고객에 과금할 수 있는 것보다 AI가 과장 광고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포메이션은 클라우드 업계 경영진과 프로덕트 매니저(PM), 영업사원 등을 인용해 "고객들이 AI 소프트웨어 실행에 드는 높은 비용, 정확성에서의 단점,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새로운 AI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늘리는 데 조심스럽거나 심사숙고하고 있다"라고 썼습니다. 이 기사가 AI 붐에 부정적 영향을 줬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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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사흘간 841~974달러를 오가는 커다란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이는 엄청난 옵션 거래량 때문일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거래된 옵션의 명목 가치가 3개월 평균 975억 달러로 단연 1위입니다. 시가총액의 4.2%에 해당합니다. 골드만삭스는 "S&P500 주식의 1개월 옵션 내재 변동성이 60보다 큰 경우는 매우 드물다(지금 현재 딱 하나뿐이다). 이런 내재 변동성은 주가가 하루 4%, 시총 900억 달러가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 이런 걸 본 적이 없다. 옵션의 폭발적 증가로 인해 딜러가 기계적으로 헤지해야 하는 복잡한 위험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강세 역학은 빠르게 약세 역학으로 바뀔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웰스파고의 저주 "테슬라 44달러 될 수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골드만삭스는 엔비디아 외에 슈퍼마이크로, 테슬라, AMD,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애플 등 옵션 거래량을 많은 20개 주식을 지목하면서 "이런 주식을 거래할 때는 옵션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슈퍼마이크로의 경우 하루 평균 옵션거래가 명목 가치의 22.2%에 달할 정도로 많습니다.
웰스파고의 저주 "테슬라 44달러 될 수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에버코어 ISI는 폭증한 옵션거래로 인해 판단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에버코어는 "콜옵션 거래량이 주간 기록을 세울 만큼 많은 상황에서 시장 모멘텀이 정점에 달했는지 예상하는 건 오류가 될 수 있다. 이런 거래량은 2021년 초 밈주식이 극성을 부렸을 때, 2021년 말 강세장 막바지에 나타났던 현상이다. 3월이 통상 추세가 바뀌는 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조정이 임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강한 모멘텀이 있는 시장에서 너무 일찍 주식을 파는 건 손해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방어와 공격을 함께 하기 위해 '감정적 구원이 가능한 주식'(Emotional Rescue)으로 바꿔 타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타벅스 펩시코 룰루레몬 알파벳 몬덜레즈 비자 버크셔해서웨이 P&G 등을 말합니다. 에버코어 ISI는 "이들은 성장하면서 실적 추정치는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주가는 소외되어 주가수익비율(P/E)이 낮다. 시장이 계속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이 성장 경로와 밸류에이션의 매력을 깨닫는다면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2024년 강세장에 완전히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정이 와도 상대적으로 더 나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웰스파고의 저주 "테슬라 44달러 될 수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매도는 반도체 업종 전반에 집중됐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5% 하락했습니다. 애플 메타 등 많은 기술도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TD 증권은 애플에 대해 "올해 남은 기간 아이폰 판매량 추정치를 약간 낮춘다. 비전프로 출시 이후 미진한 판매는 앞으로 더 작은 매출을 의미한다. 우리는 애플에 대해 월가 콘센서스보다 더 낮은 올해 매출을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웰스파고의 저주 "테슬라 44달러 될 수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매그니피선트 7 주식 가운데 어제 홀로 하락했던 테슬라는 오늘 4.54% 폭락했습니다. 실적 부진을 경고하는 보고서가 계속 나오고 있는 탓입니다. 지난주 모건스탠리와 도이치뱅크가 올해 차량 인도량이 200만 대를 밑돌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크게 낮췄었죠. 지난해 181만대를 팔았는데, 10%도 성장하지 못할 것이란 경고였습니다.
웰스파고의 저주 "테슬라 44달러 될 수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오늘은 웰스파고에서 '거의 수건을 던지는 듯한' 보고서를 냈습니다. 콜린 랭건 애널리스트는 "잇따른 가격 인하에 기존 구매자 불만이 커지고, 프리미엄 이미지가 손상되어 가격을 내린 효과가 감소하고 있다"라며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목표 가격은 200달러에서 125달러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테슬라의 어제 종가가 177달러인데, 29% 더 내릴 것으로 본 것입니다. 웰스파고는 "주요 시장인 중국과 유럽 판매량은 지난 12개월간 평평했고 미국에서는 작년 2분기부터 하락세를 보인다. 더 큰 걱정은 가격을 낮춘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하반기에 전반기보다 가격을 5% 내렸지만, 판매량은 3% 느는 데 그쳤다. 가격 인하 효과의 감소로 올해 인도 물량에 대한 하향 위험이 있다고 본다. 우리는 2024년에는 판매량이 정체되고 2025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망스러운 인도 및 추가 가격 인하로 인한 역풍으로 인해 주당순이익(EPS) 하향 수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2024년 및 2025년 EPS 추정치를 월가 콘센서스보다 각각 32%, 52% 낮게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약세 사례의 경우 주가가 44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테슬라가 개발 중인 모델 2의 경제성은 대중적 소형차로서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여전히 긍정적인 시작도 있죠. '테슬라 강세론자'인 웨드 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수요는 올해 남은 기간 안정화되는 추세로 가고 있고, 가격 인하도 덜하다. 또 배터리 비용/생산비에서 강한 효율성을 보이며, 3만 달러 미만이 될 모델 2는 내년에 나올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물론 그도 "단기적으로는 1분기 수요 부진, 방화로 인한 베를린 공장 생산 중단, 일론 머스크에 대한 새로운 보상 패키지를 둘러싼 소음 등으로 인해 좋은 일은 없을 것"으로 봤지만 "여전히 AI 및 완전자율주행과 관련된 성장 가능성 등을 보면 위험보상비율이 높을 것으로 본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테슬라는 시가총액에서 이제 은행인 JP모건에게도 뒤처졌습니다. 2023년 1월 이후 처음입니다. 50파크 인베스트먼트의 애덤 새헌 설립자는 “현재 시장은 테슬라가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투표하고 있다. 지금은 매도자가 통제권을 갖고 있으며, (주가가 오르려면) 시장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강세 촉매가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장 마감 뒤에 월스트리트저널은 전기차 업체 피스커(Fisker)가 파산 신청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시간 외에서 피스커 주식은 40% 넘게 폭락하고 있습니다. 이 주식은 올해 들어 오늘 정규장 종가까지 82% 하락했습니다.
웰스파고의 저주 "테슬라 44달러 될 수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메타의 경우 미 하원이 틱톡 금지법안을 찬성 352표, 반대 65표로 가결했는데도 0.84% 내렸습니다. 하원이 통과시킨 '외국의 적이 통제하는 앱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는 법'은 미국 내에서 외국의 적이 통제하는 앱의 배포, 유지, 업데이트를 불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중국 바이트댄스는 6개월 내 틱톡의 미국 사업을 매각해야 합니다. 팔지 않으면 구글 애플 등은 앱스토어에서 틱톡을 없애야 합니다.

상원에서는 금세 처리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상원 민주당의 척 슈머 원내대표는 아직 지지하지 않고 있으며 공화당의 랜드 폴 의원(켄터키)도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엄청나므로 대선 이후까지 법 처리가 미뤄질 것으로 봅니다. 그런 뒤 올해 말 의회가 국방수권법(국방비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 틱톡 법안을 묶어서 가결하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틱톡 금지를 미뤄둘 수 있습니다.

주요 기술주가 대부분 약세를 보이면서 뉴욕 증시는 종일 하락권에 머물렀습니다. 마감 35분을 앞둔 오후 3시 25분께 대규모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락 폭은 좀 더 커졌고요. 결국, S&P500지수는 0.19%, 나스닥은 0.54% 내렸습니다. 다우만이 0.1% 강보합세를 보였습니다.
웰스파고의 저주 "테슬라 44달러 될 수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대규모 매물은 내일 PPI, 소매판매 발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내일 PPI는 오는 29일 발표되는 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의 경로를 바꿀 수 있습니다. 월가는 어제 CPI 발표 이후 2월 근원 PCE 물가가 전달보다 0.2~0.3% 상승할 것으로 보는데, PPI가 높게 나온다면 이런 추정치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월가는 2월 PPI가 전월 대비 0.3% 올라 1월과 같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는 1월 0.5% 상승에서 2월 0.2% 상승으로 둔화하고요. 근원 PPI는 1년 전에 비해선 1.9% 상승해 1월(2%)보다 둔화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2월 소매판매의 경우 악천후로 부진했던 1월(-0.8%)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월가는 1월보다 0.7%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어제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영향으로 뉴욕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CPI가 나온 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노무라 등 많은 금융사는 6월 금리 인하 전망을 고수했습니다. 그러나 5월 인하를 내다보던 웰스파고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를 6월로 늦췄습니다. RBC 캐피털마켓은 6월 인하 전망을 유지했지만, 올해 인하 횟수는 5회에서 3회로 줄였습니다. 오후 1시 발표된 국채 30년물 경매(220억 달러) 결과가 성공적이었는데도 금리 상승세는 이어졌습니다. 발행금리는 4.331%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4.352%보다 2.1bp 낮게 결정됐습니다. 오후 5시께 10년물 수익률은 3.5bp 오른 4.19%, 2년물은 3.8bp 상승한 4.637%에 거래됐습니다.
웰스파고의 저주 "테슬라 44달러 될 수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일본은행이 다음주 19일 마이너스 금리를 폐기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금리 상승 요인입니다. 도요타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주요 기업이 올해 임금을 전폭 인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것이죠. “정책 변화를 위해선 임금과 물가 상승의 선순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해온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참의원에서 “교섭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적절한 결정을 내리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닛케이는 "일본은행은 다음주 마이너스 금리 종료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주요 기업의 임금 인상으로 물가안정 목표 2% 달성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재무성 관계자는 닛케이 인터뷰에서 “이미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4월 회의를 한 달씩 기다릴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은행은 2016년 2월부터 마이너스 금리(-0.1%)를 유지해왔습니다.
웰스파고의 저주 "테슬라 44달러 될 수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미국 금리는 어떻게 움직일까요? 에버코어 ISI는 매주 채권 펀드매니저 등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는데요. 최근 조사에서 세 가지 특징이 명확하게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⑴ 채권 매니저들은 10년물 국채 수익률 하락을 낙관하고 있다. 경기 침체 두려움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면 수익률이 떨어지고 경제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⑵ 채권 매니저들은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다. 국채 10년물의 총 수익률은 2년물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⑶ 옵션 조정 스프레드(OAS)가 하락하면서 회사채에 대한 투자 심리는 낮다. (OAS는 회사채 보유에 따른 기대 수익률과 국채와의 기대 수익률 차이를 말함)
웰스파고의 저주 "테슬라 44달러 될 수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미국의 채권시장에는 오는 19~20일 3월 FOMC의 영향이 클 것입니다. RSM은 FOMC 회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예측합니다.

⑴ 기준금리는 5.25~5.5%로 변화가 없을 것이다.
⑵ 통화정책 성명서에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경제 전망(SEP)은 소폭 업데이트될 것이다. 전망에는 위험이 있다. 경제가 지속 성장하고 소비자들이 여전히 회복력을 가진 상황에서 Fed는 시장이 가격에 반영한 것보다 금리 인하에 훨씬 더 인내심을 가질 수 있다.
⑶ 초점은 점도표에서 제시할 2024년 말 및 2025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앙값에 있다. 올해 말 전망치는 지난 12월과 마찬가지로 4.625%로 유지될 것이다. 점도표에서 올해 또는 내년 중앙값에 변화가 있는 경우 자산 클래스 전반에 걸친 움직임과 상당한 위험자산의 가격 조정을 예상해야 한다.
⑷ 회의에서 양적 긴축(QT) 즉, 대차대조표 축소 프로그램에 관한 논의는 중심 과제로 이뤄지겠지만 3월 성명이나 SEP에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