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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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중국 2위 부동산업체 완커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강등했다. 완커는 아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직면하지 않은 중국 부동산 대형 업체로 평가 받았지만 결국 유동성 위기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완커의 등급을 투자적격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Baa3에서 투자부적격 등급인 Ba1으로 한 단계 낮췄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완커는 이번 등급 하향으로 투기 등급으로 분류됐다. 무디스는 추가 하향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벤 창 무디스 수석 부사장은 이번 등급 강등에 대해 "향후 12~18개월 신용지표와 재정 유연성, 유동성 완충 장치가 약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중국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며 매출 감소와 자금 조달 접근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이에 완커는 12일 로이터에 "현재 회사 운영과 차환은 정상적이며 자금 조달도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충격도 "통제 가능"하다고 밝혔다.

완커는 최근 급속도로 재무 상황이 악화됐다. 매출은 줄고 채무가 늘면서다. 올해 첫 두 달 동안 완커 매출은 전년 대비 40% 줄었다. 내년 6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역외채권도 약140억위안(약 2조5554억원)이며 역내채권은 약 200억위안(약 3조6507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상황에 중국 당국은 국영기업인 완커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대형은행들에 직접 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채권자들을 향해서는 부채 만기 연장을 촉구했다. 하지만 중국 공상은행과 건설은행은 완커에 대해 신용보강이 부족하다며 45억 홍콩달러(약 7544억원) 규모 신디케이트론에 대한 승인을 완료하지 않고 있다. 신디케이트론은 다수의 금융회사가 동일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는 집단 대출이다.

무디스의 이번 신용등급 하향조치는 헝다와 비구이위안 등이 유동성 압박으로 연쇄 디폴트를 선언한 가운데 중국 부동산 부문에 대한 신뢰를 더욱 흔들 전망이다. 완커가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평가받는 몇 안되는 중국 부동산 업체라는 점에서 부채 문제가 중국 시장 전반의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인 S&P와 피치 중 하나라도 완커를 투자 등급 아래로 강등하면 투자자들이 완커 자산을 매각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