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를 회처럼?…시가로 가격 바꾼다는 웬디스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웬디스가 내년부터 변동 가격제를 도입한다. 우버 리프트 등 차량 공유 업체처럼 수요 변화와 시간대에 맞춰 가격을 유동적으로 책정하겠다는 방침이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웬디스가 내년부터 변동 가격제를 시행하기로 하고 전자 메뉴판과 모바일 앱 등 관련 시스템 개발에 3000만달러(약 400억원)를 투자한다고 보도했다. 붐비는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대에는 햄버거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고 그렇지 않은 시간에는 할인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얘기다.

커크 태너 웬디스 최고경영자(CEO)는 “고객과 종업원의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차원에서 최신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웬디스는 메뉴 변경과 수요 예측 등 매장 운영에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작년 12월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의 주문·결제 속도와 정확성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한 ‘프래시AI’ 플랫폼을 매장 전반에 확대 적용한다는 전략이다. 웬디스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변동 가격제는 패스트푸드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이 같은 시도는 최근 2년간 급격한 외식 물가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진 데 대한 대응 방안이다. 미국 내 60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웬디스는 음식값이 비싼 축에 드는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플랫폼 프라이스리스토의 데이터에 따르면 웬디스는 2022년과 2023년 사이 식자재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평균 가격을 35% 인상했다.

웬디스가 새로운 가격 전략을 안착시키려면 소비자의 거부감을 극복하는 게 과제가 될 전망이다. 수요자들은 호텔, 항공 요금 변화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지만 매일 먹는 음식값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웬디스는 가격을 최소한으로 인상해 수요 감소를 막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상당수 소비자는 이를 반대로 받아들인다. 이달 초 시장조사업체 캡테라가 미국 소비자 9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 52%가 “변동 가격제는 기업이 폭리를 취하려는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웬디스 관계자는 “차별화된 가격 전략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며 “뉴저지주 뉴어크에선 웬디스의 주력 햄버거 데이브스 싱글을 5.99달러에 팔고 뉴욕 타임스스퀘어 매장에서는 8.19달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