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올 들어 ‘엔비디아·미국 장기채·배당’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좋은 실적에 힘입어 급등하자 관련 ETF도 고공행진했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미 장기채 ETF는 손실이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 비중 따라 수익률 갈려

'서학개미' 꽂힌 ETF는 엔비디아·장기채·배당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미국 반도체 ETF 가운데 올 들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로 집계됐다. 개인투자자 순매수액이 431억원에 달했다. ‘KODEX미국반도체MV’(423억원)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34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 증시 상승세를 주도하는 엔비디아를 얼마나 담았느냐에 따라 관련 ETF의 수익률도 갈렸다. 올 들어 22.7% 뜀박질한 ‘KODEX미국반도체MV’는 엔비디아 비중이 23.25%에 달한다. 엔비디아 편입 비중이 21.86%인 ‘ACE글로벌반도체TOP4Plus SOLACTIVE’도 24.36% 상승했다. 엔비디아 비중이 10.72%에 머무른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은 같은 기간 13.31% 오르는 데 그쳤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하면서 ‘고평가 논란’도 수그러들었다. 그만큼 엔비디아 주식을 많이 담은 ETF에 서학개미가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美 금리 인하 베팅…장기채 집중 매수

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번지며 미국 장기채 ETF에도 투자금이 몰렸다. 올 들어 개인투자자는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와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를 각각 1244억원, 71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반대로 장기채권 가격은 뜀박질한다. 덩달아 장기채 ETF 수익률도 상승한다.

하지만 두 상품의 올 들어 최근까지 수익률은 각각 -7.28%, -11.29%를 기록했다. 시장이 내다본 금리 인하 시점도 종전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밀렸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불어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커버드콜 상품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커버드콜이란 주식, 채권 등 기초자산을 보유하면서 그 기초자산을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매도해 박스권에서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올 들어 개인 순매수액 311억원이 몰린 ‘SOL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올 들어 최근까지 0.91% 올랐다.

변동성 장세에서 안정적인 인컴 수익을 누릴 수 있는 배당주 ETF에도 자금이 몰렸다.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1425억원)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1036억원)를 비롯한 월배당 배당성장주 ETF가 서학개미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