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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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난자 동결 비용을 지원하는 정부 사업에 7000명이 넘는 여성들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고령 국가인 일본의 출산율은 1.26명에 불과하다.

9일 아사히신문,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도쿄도가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난자 냉동 비용 지원 사업 관련 설명회에 7314명의 여성들이 참석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미 57차례 설명회를 열어 왔는데도 참여 열기가 뜨거웠던 것이다. 참석자 중 53%가 35~39세 여성이었다.

최종 신청자 수는 1650명이었다. 도쿄도청의 예상(300명)보다 다섯 배 많은 수준이다. 도쿄에선 이미 200명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난자 동결 시술을 마친 것으로 조사됐다.

도청은 애초 이 사업에 6000만엔(약 5억4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많아야 200명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규모다. 다만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최근 NHK 인터뷰에서 “관련 예산을 큰 폭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혀 지원금 규모는 늘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신청 마감 시한도, 보조금 지급 횟수 제한도 없다”고 짚었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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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는 일본 주요 도시 중 처음으로 가임 여성에 최대 30만엔(약 269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기획했다. 시술 첫해에 최대 20만엔을 받은 뒤 향후 최대 5년 동안 매년 2만엔씩 지급받는 구조다. 특히 이번 사업은 18~39세 사이 모든 여성이 지원 대상으로 설정됐는데, 미혼 여성은 제외됐던 이전까지의 출산 정책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난자 냉동은 젊은 여성이 자신이 원할 때까지 임신을 늦추고 싶을 때 택하는 시술이다. 난소가 노화하기 전에 추출, 냉동해 나이를 먹은 뒤에도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높은 비용이 장벽이다. 일본에서는 통상 30만~60만엔(약 267만~537만원) 수준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수백만엔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의료 기관이나 시술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지난해 8월 도쿄도가 87개 병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냉동 난자를 이용해 출산에 성공한 경우는 약 8.4%에 불과했다. 시술 당시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출산 성공률도 떨어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일본 산부인과학회는 고령 출산의 위험성을 고려해 난자 동결을 지양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과 같은 초저출산 국가에선 이런 방식을 통해서라도 임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여성의 선택권을 늘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2022년 기준 1.26명이다. 통상 합계출산율이 1.3명에 못 미치면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된다. 도쿄도는 보조금 수급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해 난자 동결 시술이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지 평가할 계획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