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 생산 더 늘려!"…美 에너지 공룡들 전략 통했다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는 에너지 분야 소식을 국가안보적 측면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룹니다.
미국의 양대 에너지 대기업 엑슨모빌과 셰브런이 2022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 순이익의 기세를 지난해에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하락장에도 원유·가스 생산량을 대폭 늘려 마진을 방어한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양사가 2022년 기록한 사상 최대 실적이 유가 하락장 탓에 둔화세로 돌아설 뻔 했지만, 원유 생산량을 2배로 늘리는 전략을 구사한 게 실적 방어에 유효했다"고 전했다.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작년 11월과 12월 하루평균 1330만배럴, 1320만배럴에 달하는 원유가 생산됐다. 이는 전 세계 역사상 그 어떤 산유국의 생산량보다도 많은 것으로,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량을 상쇄했다. 미국 증산량의 대부분은 텍사스주와 뉴멕시코주에 걸쳐 있는 퍼미안 분지에 집중됐다. 엑슨모빌은 "작년 4분기 우리의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은 일평균 85만1000배럴로 전년 동기 78만9000배럴에서 대폭 늘었다"며 "특히 퍼미안 분지와 가이아나 등의 유전 생산량이 지난해 한해 동안에만 18% 증가했다"고 밝혔다. 셰브런도 작년 퍼미안 분지의 원유 생산량을 10% 가량 늘렸다고 보고했다. 셰브런의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4분기 하루평균 116만배럴에 달했다.
피에르 브레버 셰브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셰브런이 강력한 분기 실적을 누린 것은 퍼미안 유전의 기록적인 생산량 덕분"이라고 말했다. 엑슨모빌과 셰브런은 원유 증산뿐만 아니라 회사 자체의 덩치도 키웠다. 지난해 10월 각각 경쟁사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스와 헤스를 500억달러대에 인수하면서다. 당시 양사가 원유·가스 생산의 '규모의 경제'에 베팅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네덜란드 기후단체 폴로디스와 미국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 아주나캐피털이 오는 5월 예정된 엑슨모빌의 주총에서 "스코프3 탄소 배출도 감축하는 계획을 포함하라"는 주주제안을 제출한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이들의 주장은 엑슨모빌이 단순히 시추 및 정제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사가 엑슨모빌의 석유를 사용해 배출하는 탄소 등 간접 배출분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엑손모빌은 서구권 5대 정유사 중 유일하게 스코프3 감축 목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엑슨모빌의 고소로 인해 폴로디스와 아주나캐피털은 주주제안을 결국 철회했다. 엑슨모빌은 고소장에서 "이들의 주주제안은 자사의 수익을 개선하거나 주주 가치를 제고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오로지 기존 사업을 위축시키려는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환경 투자자들은 "엑슨모빌이 주주제안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간 것은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는 투자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행위"라며 "폴로디스와 아주나캐피털의 백기투항은 주주들의 연쇄 침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간 기업이 주주제안을 막기 위해 곧장 소송 카드를 꺼내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원치 않는 주주제안을 투표용지에서 삭제할 수 있도록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주주제안 배제 사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갈음해왔다. 엑슨모빌 측은 초강수 행보에 대해 "규제 당국인 SEC이 오히려 그런 주주제안을 표결에 부치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는 등 절차상 결함이 있기 때문에 법정행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주주제안 철회에도 엑슨모빌은 소송을 취하하지 않고 강행할 계획이다. 엑슨모빌 측은 "법원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캐시 미켈스 엑슨모빌 CFO는 "우리는 투자자들이 주주제안을 낼 권리를 지지한다"면서도 "하지만 투자자로 가장한 기후활동가들이 해마다 똑같은 주주제안을 내왔고, 그마저도 최저치의 찬성률을 받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원유 증산으로 유가 하락 방어 "통했다"
엑슨모빌은 지난 2일(현지시간) "작년 연간 순이익이 360억달러(약 48조원)로 2012년 이후 두 번째 최대 규모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전년도 연간 순이익 557억달러보다는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이익을 냈다. 셰브런의 지난해 순이익은 214억달러다. 역시 전년도(355억달러)보다는 줄었지만 2013년 이후 높은 실적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당일 뉴욕증시에서 엑슨모빌과 셰브런의 주가는 각각 1%, 2.8% 가량 상승 마감했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양사가 2022년 기록한 사상 최대 실적이 유가 하락장 탓에 둔화세로 돌아설 뻔 했지만, 원유 생산량을 2배로 늘리는 전략을 구사한 게 실적 방어에 유효했다"고 전했다.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작년 11월과 12월 하루평균 1330만배럴, 1320만배럴에 달하는 원유가 생산됐다. 이는 전 세계 역사상 그 어떤 산유국의 생산량보다도 많은 것으로,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량을 상쇄했다. 미국 증산량의 대부분은 텍사스주와 뉴멕시코주에 걸쳐 있는 퍼미안 분지에 집중됐다. 엑슨모빌은 "작년 4분기 우리의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은 일평균 85만1000배럴로 전년 동기 78만9000배럴에서 대폭 늘었다"며 "특히 퍼미안 분지와 가이아나 등의 유전 생산량이 지난해 한해 동안에만 18% 증가했다"고 밝혔다. 셰브런도 작년 퍼미안 분지의 원유 생산량을 10% 가량 늘렸다고 보고했다. 셰브런의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4분기 하루평균 116만배럴에 달했다.
피에르 브레버 셰브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셰브런이 강력한 분기 실적을 누린 것은 퍼미안 유전의 기록적인 생산량 덕분"이라고 말했다. 엑슨모빌과 셰브런은 원유 증산뿐만 아니라 회사 자체의 덩치도 키웠다. 지난해 10월 각각 경쟁사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스와 헤스를 500억달러대에 인수하면서다. 당시 양사가 원유·가스 생산의 '규모의 경제'에 베팅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기후활동가 주주제안에 '이례적 고소' 맞불도 "통했다"
미국 대표 에너지 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는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움직임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셸, BP 등 유럽의 에너지 대기업들이 탈(脫)화석연료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는 데 반해 오히려 역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엑슨모빌은 최근 기후위기 대응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내세운 행동주의 투자자들을 고소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네덜란드 기후단체 폴로디스와 미국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 아주나캐피털이 오는 5월 예정된 엑슨모빌의 주총에서 "스코프3 탄소 배출도 감축하는 계획을 포함하라"는 주주제안을 제출한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이들의 주장은 엑슨모빌이 단순히 시추 및 정제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사가 엑슨모빌의 석유를 사용해 배출하는 탄소 등 간접 배출분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엑손모빌은 서구권 5대 정유사 중 유일하게 스코프3 감축 목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엑슨모빌의 고소로 인해 폴로디스와 아주나캐피털은 주주제안을 결국 철회했다. 엑슨모빌은 고소장에서 "이들의 주주제안은 자사의 수익을 개선하거나 주주 가치를 제고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오로지 기존 사업을 위축시키려는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환경 투자자들은 "엑슨모빌이 주주제안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간 것은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는 투자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행위"라며 "폴로디스와 아주나캐피털의 백기투항은 주주들의 연쇄 침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간 기업이 주주제안을 막기 위해 곧장 소송 카드를 꺼내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원치 않는 주주제안을 투표용지에서 삭제할 수 있도록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주주제안 배제 사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갈음해왔다. 엑슨모빌 측은 초강수 행보에 대해 "규제 당국인 SEC이 오히려 그런 주주제안을 표결에 부치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는 등 절차상 결함이 있기 때문에 법정행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주주제안 철회에도 엑슨모빌은 소송을 취하하지 않고 강행할 계획이다. 엑슨모빌 측은 "법원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캐시 미켈스 엑슨모빌 CFO는 "우리는 투자자들이 주주제안을 낼 권리를 지지한다"면서도 "하지만 투자자로 가장한 기후활동가들이 해마다 똑같은 주주제안을 내왔고, 그마저도 최저치의 찬성률을 받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