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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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증시 흐름에 지친 투자자들이 상승 랠리를 이어가는 국가로의 직접 투자로 눈을 돌리면서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25일 기준)은 50조50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2일 59조4949억원에서 8조9919억원(15.11%) 빠졌다. 같은 기간 수시입출금식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개인기준) 잔액도 63조4806억원에서 58조1925억원으로 5조2881억원(8.33%) 줄었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을 보이는 투자자예탁금과 CMA 잔고의 감소는 국내 증시에 추가로 유입될 자금이 말라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거래대금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올해 코스피 일 평균 거래대금(26일 기준)은 8조8358억원으로 지난달(9조3290억원)보다 5.29% 감소했다. 지난해 일 평균 거래대금(9조6026억원)보다는 8.21% 줄었다. 2차전지와 초전도체 등 과열됐던 테마장세가 올 들어 진정된 영향이 컸다.

국내 증시를 이탈한 자금은 해외로 향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미국과 일본 주식을 각각 112억9300만달러(약15조920억원), 3억2400만달러(4330억원) 어치 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미국 주식 매수액은 32.4%, 일본은 482.6% 늘었다.

발빠르게 해외로 눈을 돌린 투자자들의 성적표가 더 좋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5.36%, 5.17% 하락했다. 반면 미국 나스닥 지수는 빅테크 업종을 중심으로 2.96% 올랐고, 일본 니케이225 지수도 7.93% 뛰어올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아직 추세적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시점이라고 본다"며 "낙폭이 과대한 종목의 기술적 반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남아있는 투자자금도 국내 증시보다는 안전 자산으로 향하는 분위기다. 25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140조3302억원으로 올 들어 3조7000억원 가량 늘었다. 반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7355억원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집토끼'를 지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개인 투자자의 이탈이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앞서 정부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작으로 대주주 양도세 기준 상향,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등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대책을 꺼냈지만 개인 투자자의 이탈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서학개미, 일학개미 신드롬이 국내 주식 시장에는 전혀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라며 "개인 투자자의 이탈은 가뜩이나 높은 외국인 의존도를 더 끌어올릴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