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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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는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에도 불구하고 원유 소비 전망 등을 주시하며 소폭 하락했다. 지난 한 주간 유가는 박스권을 유지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67센트(0.9%) 하락한 배럴당 73.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만에 하락한 유가는 이번 주 1%가량 상승했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매주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면서 70달러~75달러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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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시장 분석가들은 올해 약세 펀더멘털이 유가 상승을 억제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일 악화하는 중동 정세로 인해 변동성은 지속되겠지만, 부진한 글로벌 경제 지표가 유가를 보합권 속에 가둬둘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세, 공급 감축을 둘러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내분 등도 유가 상방 요인을 상쇄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 신뢰지수나 기대 인플레이션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됐다는 평가다. 미시간대학교가 집계하는 1월 소비자 심리지수는 78.8로 잠정 집계돼 직전월의 69.7보다 상승했다. 이날 수치는 2021년 7월 이후 가장 높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9%로 지난해 12월 3.1%보다 완화돼 2020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두 지표가 유가를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이날 소폭 하락한 달러화도 유가 상승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국제 시장에서 원유는 통상 달러화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원유 수요를 자극해 유가에 상방 압력을 가한다. 그러나 달러화는 이날의 소폭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의 3월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하면서 이미 크게 오른 상태다.
오일프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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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C 캐피털 마켓츠의 마이클 트란 원자재 담당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연초부터 심할 정도로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라며 "지정학적 위험 고조에도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시장이 무감각해지거나 무기력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자산운용사 CIBC 프라이빗 웰스의 레베카 바빈 수석 에너지 트레이더는 "2024년 (세계 1위 원유 수입국인)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 부족이 원유 시장의 가장 큰 우려로 남아 있으며,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작년과 마찬가지로 예상치를 계속 상회할 것이라는 우려가 그 뒤를 잇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올해 평균 유가를 배럴당 83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다. 로이터통신의 전문가 조사에서도 수요 부진 등으로 인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전후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됐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