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유조선 나포에 유가 2% 상승…"110달러까지 오른다" [오늘의 유가]
이란,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유조선 나포
美·英, 홍해 위협에 후티반군 기지 공격 검토
트레이더, 브렌트유 110달러 상승에 베팅
예상보다 높은 미국 CPI는 유가 하락 요인


이란이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유조선을 나포하면서 국제 유가가 2% 넘게 올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월물은 전거래일보다 2.07% 상승한 72.02달러에, 브렌트유 3월물은 유럽 ICE 선물거래소에서 2.01% 오른 78.34달러에 거래됐다.
이란 유조선 나포에 유가 2% 상승…"110달러까지 오른다" [오늘의 유가]
이날 유가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소식은 이란의 미국 유조선 나포였다. 이날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란 해군이 오늘 오전 오만만 해역에서 미국 유조선 세인트니콜라스호를 나포했다"라며 "법원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선사 엠파이어네비게이션이 운영하는 이 선박은 이라크에서 구매한 원유 14만t을 싣고 튀르키예로 운항하고 있었다. 타스님 통신은 나포 이유에 대해 "해당 유조선이 올해 이란의 석유를 훔쳐 미국에 제공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배가 '수에즈 라잔'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제재 대상인 이란산 원유 98만 배럴을 싣고 있다가 미 당국에 적발돼 압류당한 사건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란에 "선박을 나포할 어떠한 정당한 사유도 없다"며 "당장 석방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번 나포로 홍해 뿐만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역시 불안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해상 진출로로 전세계 석유의 6분의1이, 천연가스 3분의1이 이곳으로 운송된다.

홍해에서도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이날 미국과 영국이 예멘 후티 반군 기지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서방 관료들을 인용해 미국 주도 연합군이 이 지역에서 전쟁이 확산되지 않기 위해 후티에 너무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을 꺼려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후티 반군이 지난 두달 간 홍해에서 상선을 26회 공격하는 등 운송로를 지속적으로 위협하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후티 반군 기지를 정밀 타격해 위협을 제거할 수도 있지만, 실패 시 반군의 더 거센 반격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중동 위기로 인해 브렌트유 가격이 3월에서 4월 사이 배럴 당 11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콜옵션을 매수하고 있다고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전했다.

예상보다 높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미국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월가 전망치인 3.2%를 웃돌았다. 물가가 예상보다 늦게 잡힐 경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가 늦어질 수 있고, 높은 금리가 유지되면 달러 강세가 지속된다. 원유가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일반적으로 달러 강세는 유가 하락을 불러온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