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과 중국의 신경전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은 자국에서 활동 중인 대만 출신 기업인들에게 ‘귀향 친중 투표’를 독려하는 가운데 대만을 향한 무력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10일 대만 현지 매체 자유시보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13일 대만 총통 및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국 영향력 아래 있는 대만 기업인 10만 명을 대상으로 귀향 투표를 독려했다. 대만에는 부재자 투표 제도가 없다.

자유시보는 “중국 당국이 지난해부터 자국 항공사들에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대만 기업인을 대상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라고 압력을 넣어왔다”며 “투표 참가를 위해 귀국을 종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자유시보에 따르면 항공권 할인 혜택은 대만기업협회가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협회는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 산하 단체로 전해졌다.

대만 총통 선거는 박빙으로 치닫고 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 발표된 대만 연합보의 여론조사 결과 독립·친미 성향인 라이칭더 집권 민주진보당 후보가 지지율 32%로 친중 성향인 야당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를 5%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지자 ‘귀국 표심’이 선거를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거주 대만인 대부분이 국민당 지지 성향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만을 향한 무력 시위도 계속 펼치고 있다. 안보 불안감을 조성해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6시부터 12시간 동안 대만 인근 공역 및 해역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 8대와 군함 5척이 포착됐다.

중국과 대만의 신경전이 거세지면서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개전 첫해 대만의 피해액은 국내총생산(GDP)의 40%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빅테크에도 직격타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빅테크 7곳은 반도체의 90%가량을 TSMC 등 대만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