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 가격 끝없는 랠리…"내년까지 더 간다" [원자재 포커스]
17년 만에 최고치 경신
카메코 등 주가 5%대↑
BofA "내년 115달러"


우라늄정광(옐로케이크·U3O8) 가격이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자력 발전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연료로 쓰이는 우라늄 가치도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라늄 시장 데이터 업체인 UxC를 인용해 우라늄정광 현물 가격이 전날 파운드(약 0.45㎏)당 92.5달러에 거래됐다고 보도했다. 파운드당 135달러를 찍었던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를 초래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로는 두 배가량 뛰었다.

우라늄정광은 우라늄 광석을 정련해 만든 것으로, 국제 선물 시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거래되는 화합물이다. 정련 과정에서 노란색 분말 형태를 띠게 돼 옐로케이크라는 별명이 붙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우라늄정광 가격이 치솟자 관련 업체 주가도 덩달아 뛰었다. 세계 최대 우라늄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캐나다 카메코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5.07% 올랐다. 지난 1년간 상승률은 71%에 달한다. 같은 기간 스프롯피지컬우라늄트러스트, 옐로케이크 등 우라늄 익스포저(노출도)가 높은 펀드들 역시 74%, 58%의 상승 폭을 보였다.

최근의 우라늄 가격 랠리는 수요 급증세에서 기인한다. UxC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회사들은 1억6000만파운드가량의 우라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연간 기준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 대란을 겪었던 유럽을 중심으로 원자력 발전 확대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프랑스, 영국, 스위스, 벨기에 등 주요국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계획했던 탈원전 방침을 줄줄이 폐기하고 원전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선 한국을 포함한 22개국이 2050년까지 세계 원자력에너지 발전 용량을 2020년 대비 세 배로 늘리자는 데 합의하기도 했다. 원전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우라늄 공급은 점점 더 빡빡해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자국 내 전력회사들이 보유한 우라늄 매장량이 2016년 이후 계속해서 감소해왔다고 밝혔다. 유럽원자력공동체인 유라톰에 따르면 유럽연합(EU)에선 2013년부터 감소세가 이어져 왔다.
우라늄 가격 끝없는 랠리…"내년까지 더 간다" [원자재 포커스]
여러 수급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어 우라늄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우라늄정광 현물 가격이 올해 파운드당 105달러, 내년 11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최대 변수는 러시아산 우라늄에 대한 서방국들의 제재다. 미 하원은 지난해 12월 러시아산 저농축 우라늄의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2028년까지 예외적인 상황에서 수입을 허용하도록 했는데, 되려 러시아가 수출을 금지하는 식으로 보복할 위험이 있다. RBC의 앤드류 윙 애널리스트는 "미국에 대한 러시아의 우라늄 수출액이 연간 5억~10억달러로, 석유·가스 산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의 1~2일 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봤다.

전 세계 우라늄 농축 설비용량의 절반가량이 러시아에 몰려 있으며, 서구권에선 영국 우렌코, 프랑스 오라노 등 두 기업만 농축 설비를 확보한 상태다. 오라노는 농축 능력을 30%까지 확장할 계획이지만, 2028년이나 돼야 신규 설비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리작업단위(SWU)당 약 60달러 수준이던 농축 비용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150달러 이상으로 뛴 것도 부담이다.

유럽권 2위 우라늄 공급국(2022년 기준)인 니제르에서도 공급이 끊긴 상태다. 지난해 7월 군사 쿠데타 이후 이 나라는 우라늄 수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카메코의 생산량도 예상에 못 미쳤다. 카자흐스탄에선 국영 우라늄 업체 카자톰프롬이 황산 등 원료 부족을 이유로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WSJ는 "카자톰프롬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생산 제한이 종료되는 2025년까지는 우라늄 랠리에 더욱 불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