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 독립' 라이칭더 당선땐 평화 보장못해"
오는 13일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민주진보당(민진당·사진) 후보가 당선되면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주권 독립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대만과 밀착하는 미국의 움직임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미국 방산업체 다섯 곳을 제재하는 초강수를 뒀다.

중국 기관지 “라이, 조국 통일에 위협”

중국 관영 인민정협보는 ‘라이 후보가 대만 독립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라이 후보의 독립 추구 성향은 양안(중국과 대만) 간 평화와 발전, 조국의 완전한 통일에 위협이 된다”고 7일 보도했다. 인민정협보는 중국 국정 자문기구인 인민정치협상회의 기관지다. 라이 후보는 친중 제1야당인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다.

이 매체는 라이 후보가 과거에 한 대만 독립 관련 발언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라이 후보가 2015년 타이난시장 당선 후 여러 차례 대만 독립을 강조했고 이스라엘의 독립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했다고 주장했다. 시웨이취안 대만 둥우대 교수는 이 매체에 “만약 라이 후보가 당선된 뒤 개헌을 추진하면 양안 관계의 평화를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민정협보는 “중국은 경제·외교·군사 및 기타 수단을 동원해 민진당의 집권 기반을 약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를 인용해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민해방군이 ‘실제 행동’으로 대만의 주권을 선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中, ‘대만 무기 판매’ 美 업체 5곳 제재

중국 기관지가 이런 긴장감을 내비치는 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부쩍 ‘조국과 통일’이라는 목표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라이 후보가 당선된 뒤 미국이 노골적으로 대만을 지원한다면 대만해협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전면으로 대치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이날 ‘반(反)외국제재’에 따라 BAE시스템스, 얼라이언트테크시스템스, 에어로바이런먼트, 비아샛, 데이터링크솔루션스 등 미국 방산업체 다섯 곳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15일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이 대만의 전술정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3억달러(약 3912억원) 규모의 장비 판매를 승인한 데 따른 조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과거 경제 발전에 집중하던 시절 중국은 미국이 대만에 군사 장비를 판매하는 것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중국은 미국이 의도적으로 중국을 억압하고 대만과의 평화 통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려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미·중 갈등의 ‘화약고’인 대만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 3년 동안 대만에 12건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4년 동안 미국이 대만에 승인한 무기 판매 건수인 11건을 넘어선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두 번의 임기 동안 단 세 건의 무기 판매를 승인하는 데 그쳤다.

한·미·일 3국은 6일(현지시간) 공동언론발표문을 내고 남중국해에서 국제법을 무시하는 중국의 행위 등 인도·태평양의 주요 위협에 함께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한 3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국제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