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되면 어쩌나"…전기차 업계 떨고 있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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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닛산 등 "트럼프 IRA 폐기 시 美 전기차 시장에 타격"
IRA 입법 전부터 美에 수십억달러 부은 韓 기업에도 리스크
IRA 입법 전부터 美에 수십억달러 부은 韓 기업에도 리스크
제너럴모터스(GM), 닛산 등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기할 경우 미국 내 전기차 시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나섰다.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IRA는 전기차 판매를 촉진해 관련 시장이 성장하는 데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전기차 산업이 IRA를 만나 순풍을 타다가, IRA가 갑자기 사라지고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돈을 벌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모두가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테네시주에서 2개의 조립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 닛산의 우치다 마코토 최고경영자(CEO)도 IRA가 “중장기적으로 미국 내 전기차 판매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됐다”며 “(IRA와 관련된) 정치적 문제를 언급하고 싶진 않지만, IRA와 같은 조치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으로의 침투가 한층 용이해진다는 건 분명하다”고 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가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 폐기 방침을 밝힌 데 따른 자동차 업계의 우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세금이 IRA를 통해 중국 배터리 회사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관련 투자를 줄이고 화석 연료 생산을 극대화하겠다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에너지 정책 기조이기도 하다.
글로벌 전기차 산업은 이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전 세계적 에너지 전환 흐름을 타고 신규 투자가 집중됐지만, 내연차 대비 비싼 가격과 충전 관련 번거로움 등 단점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대중화에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테슬라 주가가 주춤했고, GM, 포드 등 완성차 업체들이 줄줄이 신규 투자 계획을 연기하거나 축소했다.
업계에선 IRA와 같은 인센티브 정책이나 파격적인 가격 할인 없이는 기업들의 존속이 어려울 거란 두려움이 번지고 있다. FT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늘고는 있지만, 대부분이 넉넉한 인센티브를 뿌리는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고 짚었다. IRA 혜택을 얻기 위해 대미(對美)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린 외국 기업들에도 ‘트럼프 리스크’가 드리우게 됐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한국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IRA 도입 이후 모두 미국 현지 업체들과 합작 법인을 세우는 작업에 돌입했다. 현대차그룹이 55억달러(약 7조2000억원)를 들여 미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 공장은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개발 프로젝트로 꼽힌다.
트로이 스탠가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한국 기업들은 IRA가 미 의회를 통과하기 전부터 미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장기적·전략적으로 베팅했고, 수십억달러를 쏟았다”며 “지난 1년 동안 한국 기업들은 전기차 전환이 시장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거란 기대에 힘입어 추가 투자 계획을 구상했지만, 전기차 판매가 위축되면서 이를 다시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기업들이 IRA가 언제든 철회될 수 있는 가능성을 예견하고 대비해 왔다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UBS의 팀 부시 애널리스트는 “(IRA에 따른) 보조금과 세제 혜택이 (애초 약속된 대로) 2032년까지 유지될 거란 전망은 한국 기업들이 상정한 기본 시나리오가 아니다”라며 “IRA는 미래(에 집권할지도 모를) 공화당 정권이 가장 먼저 표적으로 삼을 법안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IRA 뒤집기’를 실현하는 과정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자신의 정치적 생명력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IRA로 창출된 신규 투자 대부분이 공화당이 우세한 ‘레드스테이트’(red state)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스탠가론 국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정말로 미국 자동차 산업의 몰락을 초래하는 장본인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조사업체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판매된 신차 중 전기차의 비중은 지난해(1~9월 기준) 9%였다. 전기차 비중은 2015년까지만 해도 2%에 못 미쳤지만,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 2030년까지 이 수치를 50%로 늘리겠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IRA는 전기차 판매를 촉진해 관련 시장이 성장하는 데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전기차 산업이 IRA를 만나 순풍을 타다가, IRA가 갑자기 사라지고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돈을 벌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모두가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테네시주에서 2개의 조립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 닛산의 우치다 마코토 최고경영자(CEO)도 IRA가 “중장기적으로 미국 내 전기차 판매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됐다”며 “(IRA와 관련된) 정치적 문제를 언급하고 싶진 않지만, IRA와 같은 조치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으로의 침투가 한층 용이해진다는 건 분명하다”고 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가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 폐기 방침을 밝힌 데 따른 자동차 업계의 우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세금이 IRA를 통해 중국 배터리 회사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관련 투자를 줄이고 화석 연료 생산을 극대화하겠다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에너지 정책 기조이기도 하다.
글로벌 전기차 산업은 이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전 세계적 에너지 전환 흐름을 타고 신규 투자가 집중됐지만, 내연차 대비 비싼 가격과 충전 관련 번거로움 등 단점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대중화에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테슬라 주가가 주춤했고, GM, 포드 등 완성차 업체들이 줄줄이 신규 투자 계획을 연기하거나 축소했다.
업계에선 IRA와 같은 인센티브 정책이나 파격적인 가격 할인 없이는 기업들의 존속이 어려울 거란 두려움이 번지고 있다. FT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늘고는 있지만, 대부분이 넉넉한 인센티브를 뿌리는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고 짚었다. IRA 혜택을 얻기 위해 대미(對美)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린 외국 기업들에도 ‘트럼프 리스크’가 드리우게 됐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한국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IRA 도입 이후 모두 미국 현지 업체들과 합작 법인을 세우는 작업에 돌입했다. 현대차그룹이 55억달러(약 7조2000억원)를 들여 미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 공장은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개발 프로젝트로 꼽힌다.
트로이 스탠가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한국 기업들은 IRA가 미 의회를 통과하기 전부터 미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장기적·전략적으로 베팅했고, 수십억달러를 쏟았다”며 “지난 1년 동안 한국 기업들은 전기차 전환이 시장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거란 기대에 힘입어 추가 투자 계획을 구상했지만, 전기차 판매가 위축되면서 이를 다시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기업들이 IRA가 언제든 철회될 수 있는 가능성을 예견하고 대비해 왔다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UBS의 팀 부시 애널리스트는 “(IRA에 따른) 보조금과 세제 혜택이 (애초 약속된 대로) 2032년까지 유지될 거란 전망은 한국 기업들이 상정한 기본 시나리오가 아니다”라며 “IRA는 미래(에 집권할지도 모를) 공화당 정권이 가장 먼저 표적으로 삼을 법안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IRA 뒤집기’를 실현하는 과정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자신의 정치적 생명력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IRA로 창출된 신규 투자 대부분이 공화당이 우세한 ‘레드스테이트’(red state)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스탠가론 국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정말로 미국 자동차 산업의 몰락을 초래하는 장본인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조사업체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판매된 신차 중 전기차의 비중은 지난해(1~9월 기준) 9%였다. 전기차 비중은 2015년까지만 해도 2%에 못 미쳤지만,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 2030년까지 이 수치를 50%로 늘리겠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