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재집권하면 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현재 세율보다 무조건 10%포인트 올리는 방식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처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 대해 어떻게 적용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트럼프 보편 기본관세 윤곽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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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적 관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7년 5월부터 2021년 초까지 USTR 대표를 맡아 중국 등에 대한 고율 관세 정책을 총괄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또다시 중책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8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산 제품에 10%의 ‘보편적 기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모든 외국산 제품의 최종적인 세율이 10%가 되는 것인지, 기존 관세에 10%포인트의 세율을 추가하는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NYT에 “후자”라고 답했다. 예를 들어 현재 5%의 관세가 붙는 수입 제품이 있다면 향후 관세율이 15%로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과 관련해 “국제긴급경제권한법과 관세법에 따라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대통령이 단독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명백한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치 상황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후임자가 쉽게 철회할 수 없도록 의회에 새로운 법을 제정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아는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직 어떤 방식으로 할지 선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소비자에게 손해” 지적도

새로운 보편적 기본 관세를 미국과 FTA를 체결한 24개국에 대해 적용할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NYT에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연설을 통해 “수입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면 그만큼 미국산 제품 수요가 늘어 미국 내 제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해왔다.

하지만 NYT는 “관세율이 올라가면 수입 제품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하는 단점도 있다”며 “특히 값싼 수입산을 많이 소비하는 서민층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제경제 분야 보좌관을 지낸 대니얼 프라이스는 NYT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 정책에 따른 비용을 미국 소비자 및 생산자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동맹국을 소외시킬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지난번 트럼프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동맹국에 관세를 부당하게 부과했을 때 한국, 일본 등과 같은 핵심 동맹국은 ‘그가 곧 정신 차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보복을 자제했다”며 “그러나 이번엔 그런 환상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일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고율 관세를 계속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USTR은 이날 중국산 제품 352개와 코로나19 관련 제품 77개에 대한 ‘무역법 301조’ 관세 면제 기간을 오는 31일에서 내년 5월 31일까지로 5개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