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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2년반만에 유럽 증시 지형 바꾼 이 회사, 내년 더 오른다는데…[글로벌 종목탐구]
노보노디스크, 유럽 시총 1위 회사 등극
오젬픽·위고비 시장성에 내년 전망도好


올해 유럽 증시에선 2년 반 동안 꿈쩍 않던 시가총액 순위가 요동쳤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명품주 최강자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밀어내고 1위 자리를 꿰차면서다.

노보노디스크의 활약을 이끈 건 단연 ‘살 빼는 약’이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비만 치료제 오젬픽(Ozempic)과 위고비(Wegovy)를 개발한 이 회사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50% 넘게 뛰었다. 월가 투자은행(IB)들이 앞다퉈 내년 추가 상승을 점친 가운데 일각에선 고점 논란도 제기된다.

국가 GDP보다 시총 큰 제약사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 기업가치가 처음 LVMH를 넘어선 건 지난 9월 1일이다. 이날 종가 기준 노보노디스크의 시총은 비상장 주식을 포함해 약 4247억달러(약 551조원)로, LVMH(4201억달러)보다 컸다. 프랑스 증시에 상장된 LVMH는 2021년 2월 대형 소비재 그룹 네슬레를 제친 뒤 이날까지 줄곧 유럽 대장주 자리를 유지해 왔다.
2년반만에 유럽 증시 지형 바꾼 이 회사, 내년 더 오른다는데…[글로벌 종목탐구]
중국 경제가 주춤하면서 LVMH가 실적 타격을 입은 영향도 있었지만, 노보노디스크 주가가 초강세를 보인 덕이 컸다. 이 회사 주가는 최근 3년 새 세 배로 뛰었다. 올해 상승률만 52%에 달하며, 연간 단위로 보면 5년 연속 오름세다. 노보노디스크 시총이 덴마크 국내총생산(GDP·2022년 기준 4002억달러)을 뛰어넘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보노디스크는 비만 치료제 시장의 개척자로 꼽히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14년 자사가 당뇨병 치료제로 내놓은 ‘삭센다’를 투약한 환자들에게서 꾸준한 체중 감소 효과가 관찰되자, 2017년 이 제품을 비만 치료제로 재출시했다. 삭센다는 출시 직후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을 장악했다. 한국에서도 점유율 1위를 기록하던 제품이다.

그로부터 4년 뒤 노보노디스크는 삭센다를 보완한 위고비를 선보였다. 약효의 지속 시간을 늘려 투약 주기를 매일 1회에서 매주 1회로 대폭 낮춘 것이다. 비만 치료 성분의 체내 흡수율을 높여 체중 감량 효능도 최대 15%로 두 배가량 높였다. 위고비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시장에선 위고비와 같은 성분(세마글루타이드)이 들어간 오젬픽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오젬픽의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하는 임상 결과까지 나오면서 두 제품은 ‘쌍끌이’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2년반만에 유럽 증시 지형 바꾼 이 회사, 내년 더 오른다는데…[글로벌 종목탐구]
지난 8월 위고비가 심혈관 질환 등에도 효과가 있다는 대규모 임상 결과가 발표되자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급등했다. 45세 이상 성인 1만76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이 임상에서 위고비 복용 환자들이 심장마비나 뇌졸중, 기타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20%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업계에선 위고비의 이 같은 심혈관 질환 개선 효과를 화이자, 암젠 등 경쟁사 제품과의 차별점으로 꼽고 있다.

위고비와 오젬픽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기대는 상당하다. 스티브 바클레이 영국 보건사회복지부 장관은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를 “게임체인저(game changer)”라고 극찬했다. 사망률이 높은 암으로 이어지는 비만 치료에 65억파운드(약 11조원)의 국가 예산이 지출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인은 7억5000만명으로 추산되며, 사망 원인 5%가 비만에 기인한다. 사이언스 등 국제 학술지는 ‘올해의 혁신적인 연구 성과’로 위고비 등의 기반 물질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을 꼽으며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성장성을 뒷받침했다.
2년반만에 유럽 증시 지형 바꾼 이 회사, 내년 더 오른다는데…[글로벌 종목탐구]

월가 “30% 추가 상승”…고점 논란도 일어

현재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60억달러(약 8조원)로 집계되고 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마이클 샤 애널리스트는 10년 후 이 시장 규모가 800억달러(약 104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 1000억달러(약 130조원)로 더 과감한 관측을 내놨다.
2년반만에 유럽 증시 지형 바꾼 이 회사, 내년 더 오른다는데…[글로벌 종목탐구]
현재 미국에서만 약 50만명이 위고비를 복용하고 있다. 이 나라에선 올해 비만 치료제 수요가 467% 폭증했다. 성인 대상 적정 보급률이 13%로 추정된다는 데 기반하면, 2030년 미국에서만 15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거란 예상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와 같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를 개발, 맹추격하고 있는 미국 일라이릴리와 함께 2020년대 말까지 전 세계 시장의 80%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에선 앞다퉈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 회사의 목표주가를 875덴마크크로네로 설정했다. 현 주가 대비 30% 이상 상승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BofA는 “실적 개선 주기가 내년에도 지속되면서 지난 18개월 동안 지속돼 온 주가 강세 흐름도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의 올해 매출 예상치는 전년 대비 30% 증가한 2290억크로네(약 44조원)로, 5년 전의 두 배 수준이다. 내년 2790억크로네(약 53조원), 2026년에는 3740억크로네(약 72조원)까지 늘어날 거란 전망이다. 이 회사는 최근 프랑스 생산 공장을 증설하고, 미 제약사 알커메스의 아일랜드 공장을 사들이는 등 치솟는 수요에 대비한 공격적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2년반만에 유럽 증시 지형 바꾼 이 회사, 내년 더 오른다는데…[글로벌 종목탐구]
씨티그룹 역시 현 주가보다 25%가량 높은 815크로네를 목표주가로 제시했다. 씨티 애널리스트들은 “위고비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의 92%를 점유하고 있다”며 “노보노디스크는 동종 제약사 대비 세 배 이상 높은 이익률과 가시적인 고성장세를 지속해서 나타내고 있으며, 이런 흐름은 2035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평가 논란도 있다. 현재 노보노디스크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1배(블룸버그 집계치 41배)인데, 일라이릴리를 제외한 동종업계 평균보다 두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PER은 1년 후 예상 주당순이익(EPS) 대비 현 주가가 얼마나 고평가돼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노보노디스크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축소’(underweight)로 제시했다. 이 은행은 노보노디스크 목표주가를 현 수준보다 약 36% 낮은 430크로네로 잡았다.

피트 웰포드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는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가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음과 동시에 예상 대비 느린 위고비 공급 속도에 따른 실망감이 번지면서 투자 심리는 변화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현재 개발 중인 10개 이상의 약물들이 초·중기 임상 데이터를 내놓으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