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유럽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

커지는 유럽 금리인하 가능성…글로벌 국채금리 일제히 하락 [나수지의 미나리]
20일(현지시간) 오전에는 유럽에서 중요한 물가 관련 지표들이 발표됐습니다. 영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대비 -0.2%를 기록해 예상치인 0.2%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전년동기 대비로도 3.9%상승해 예상치인 4.3%보다 낮았습니다. 영국 CPI가 이정도로 떨어진 건 2021년 9월 이후 처음입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대비 -0.3%로 예상치니 0.2%를 역시 크게 밑돌았고, 전년대비로는 5.1%상승해 예상치인 5.5%를 하회했습니다.


영국의 인플레이션 수치가 낮게 나오면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내년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날 영국의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한 때 10bp(1bp=0.01%)까지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영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중이라는 신호"라며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로 돌아서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정되면서 투자은행들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영국 중앙은행의 매파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이 금리인하고 선회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커지는 유럽 금리인하 가능성…글로벌 국채금리 일제히 하락 [나수지의 미나리]
같은 날 발표된 독일의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예상보다 낮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독일의 11월 PPI는 전월대비 -0.5%를 기록해 예상치인 -0.2%보다 크게 둔화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7.9%로 빠르게 튀어올랐던 물가상승률이 다시 급격하게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생산자 물가지수는 돌고돌아 소비자 물가지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독일의 11월 P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는 건 앞으로 CPI 역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이 날 미국 일본 등 글로벌 국채 금리가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미국 의회,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반대

최근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각국 반독점 관련 규제당국의 입김이 강해진데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수 상대방 기업의 국적이 서로 다른 크로스 보더 딜의 경우 이런 반발이 더욱 심합니다. 며칠 전 US스틸 인수를 발표했던 일본제철이 M&A에 난항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미국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3명은 재닛 옐런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외국인 투자심의위원회가 평가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외국인 투자 심의위원회는 미국입장에서 볼 때 외국기업의 자국기업 M&A가 안보에 위협적인지를 판단하고,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M&A를 저지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화당 뿐 아니라 민주당 조 맨친 의원등도 이번 인수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했습니다. US스틸 노조 내부에서도 "이번 매각은 탐욕스럽고 근시안적인 판단"이라며 "주주들의 돈벌이에만 집중한 채 국가경제 전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딜"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일본제철 주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US스틸 인수가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게 이유입니다. 인수합병 발표 이후 일본제철 주가는 5%이상 하락했습니다. 미국 철강기업인 클리블랜드클리프는 US스틸 인수가를 주당 35달러에 제안했지만, 일본제철은 주당 55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의지는 강력합니다. 철강 수요가 줄고있는 일본 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성장 발판으로 US스틸 인수를 내걸었기 때문입니다.

뉴욕 = 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