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경색에…'닥터코퍼' 구리, 올해의 금속 됐다 [원자재 포커스]
구리가 산업용 금속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하며 올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생산 차질로 인해 전력망, 전기자동차, 가전제품 등 전방위적으로 사용되는 필수 원자재의 공급이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계속되는 중남미 주요 광산들의 공급 문제와 중국 경제의 개선 조짐에 의한 수요 회복 등이 맞물려 올해 구리 가격은 t당 8600달러로 2.5% 가량 상승했다. 캐나다 몬트리올 은행은 최근 자료를 내고 "최근 몇 주 동안 파나마의 대형 광산 폐쇄와 영국 광산기업 앵글로 아메리칸의 구리 생산량 전망치 하향 조정 등으로 인해 내년 글로벌 구리 공급량은 이전 추정치 대비 75만t(약 3%)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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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O의 원자재 연구 담당 상무이사 콜린 해밀턴은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2024년 구리 시장에 대한 기대치는 확실히 비관적이었다"며 "하지만 구리에 대한 나쁜 전망은 이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발레와 리오틴토도 최근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에 미달하는 생산량 전망치를 내놓았다. 콩고민주공화국, 페루, 칠레 등의 구리 광산에서 공급이 증가해 내년에는 수요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했던 트레이더들도 현재는 "수급이 팽팽한 균형을 이룰 것"이란 입장으로 바뀌고 있다.

구리의 역전세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역대급 고강도 긴축(금리 인상)에 의한 경착륙 우려와 중국 경제의 지지부진한 반등세 등 갖가지 난관들이 잇따른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로 인해 구리 가격이 결정되는 달러화 가치가 상승했고, 10월 초까지만 해도 미국 달러 인덱스는 전년 대비 3% 이상 상승하는 등 수입업체의 구리 가격이 더 비싸지게 만들었다.
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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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차입 비용이 높아지면서 자본 집약적인 투자가 위축됐을 뿐만 아니라 금속 재고를 보유하기 위한 금융 비용이 상승해 제조업체들이 구리 재고를 줄이게 만들었다. 이러한 수요 약세 요인들은 구리를 비롯해 알루미늄, 납, 아연 등 6가지 '베이스메탈'의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했고, 베이스메탈은 2년 연속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원자재가 됐다.

하지만 6대 베이스메탈 가운데 구리와 주석은 최근 가격 상승세로 전환했다. 주석은 세계 3위 생산국인 미얀마의 주요 지역에서 채굴이 중단되면서 수요 타격을 상쇄하고 있다. 구리는 공급 경색과 더불어 중국의 경제 회복 조짐 등 수요 호재까지 겹치면서 가격에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공급 전망 하향 조정과 지난주 Fed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기조 전환에 힘입어 12개월 후 구리 가격이 t당 1만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