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XINH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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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의 밀월관계가 한층 강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정상회담을 나눈 뒤 1년간 양국의 경제 협력이 급격히 강화하고 있어서다. 양국이 미국 등 서방세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글로벌 동맹관계가 재편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홍콩에서 개최된 사우디아라비아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연구소(FII)' 콘퍼런스를 집중 조명하면서 사우디와 중국의 관계가 점차 밀착하고 있다고 짚었다.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연구소가 개최하는 콘퍼런스는 중동 지역 주요 국가가 한데 모여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중동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중동의 다보스 포럼'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존 리 홍콩 행정장관과 야시르 알 루마얀 사우디 국부펀드 총재 등이 참석했다.

FT는 이번 회의가 사우디와 중국의 밀월 관계가 강화한 것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작년 12월 사우디 리야드를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와 정상회담을 가진 지 1년 만에 사우디의 주요 포럼이 홍콩에서 개최됐다. 양국의 경제 관계가 점차 밀착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설명이다. 사우디 정부 내 관계자는 FT에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이미 사우디가 '전략적 관계'를 맺고 있는 6개 국가 중 하나가 됐다"고 강조했다.

사우디가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배경엔 중국의 거대 자본이 있다. 사우디는 2030년 세계 엑스포를 비롯해 2034년 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두 행사를 치르기 위해 국내 인프라 정비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또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미래 도시 계획인 '네옴' 사업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2030년까지 사우디는 1조달러를 소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사우디가 중국 자본에 손을 벌리려 했다는 주장이다.

최근 사우디와 중국의 경제협력이 심화한 모양새다. 지난달 중국과 사우디는 500억위안(약 9조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정에 서명했다. 통화스와프란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맞교환하는 외환 거래를 지칭한다.

같은 달 홍콩 증시에선 사상 최초로 사우디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되기도 했다. FT에 따르면 홍콩 증권거래소는 사우디 석유기업 아람코를 2차 상장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람코 측이 가치 축소를 우려해 협정이 보류되고 있다.

사우디와 중국이 밀착하면서 국제 동맹관계가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와 중국 모두 서방세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양국의 관계를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도움 없이 자립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중국은 사우디에 기술을 제공하고, 사우디는 자본을 지원하는 식이다.

사우디가 중국과 가까워지면서 중동 국가들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우디는 중국의 우방인 러시아와도 경제적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러시아와 사우디가 사실상 원유를 무기화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제 공생관계가 재편되면서 글로벌 기업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러 나섰다.

세계 최대 디지털 마케팅 업체 S4 캐피털의 마틴 소럴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권력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며 "사우디와 중국의 관계가 강화되면서 세계 투자자들도 신시장 개척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