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금리 왜 뚝뚝 떨어지나…'나쁜 뉴스는 나쁜 뉴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2월 6일 수요일>

◆미국 주식 : 다우 -0.19%, S&P500 -0.39%, 나스닥 -0.58%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117%(-5.4bp), 2년물 4.601%(+2.4bp)

이번 주 뉴욕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8일 금요일 아침 11월 고용보고서 발표입니다. 11일 신규고용이 월가 콘센서스인 18만 개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게 나온다면 미 중앙은행(Fed)의 내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반면 그보다 상당 폭 많이 나온다면 그런 베팅은 모멘텀을 약간 잃을 수 있겠지요.

그래서 어제 발표됐던 10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채용공고 개수가 60만 개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자 금리가 급락하고 주가는 하락 폭을 만회했었습니다.

6일(미 동부시간) 아침 8시 15분에 고용정보업체 ADP가 발표한 11월 민간고용은 10만3000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 예상 12만8000개보다 낮게 나온 것이죠. 10월 수치도 11만3000개에서 10만6000개로 하향 조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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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건 업종별 일자리 증감 데이터였습니다. 11월에 레저숙박업에서 7000개 고용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동안 레저숙박업은 노동자가 없어서 가장 어려움을 겪던 업종이었습니다. ADP의 넬라 리처드슨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에서 회복하던 기간 레스토랑과 호텔은 가장 큰 일자리 창출자였다. 그러나 그런 상승세는 지나갔고, 레저숙박업 고용의 추세 정상 복귀는 2024년 미국 경제가 더욱 온건한 고용과 임금 증가세를 보일 것임을 시사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임금 상승률은 전년 동기보다 5.6% 올라 10월의 5.7%보다 둔화했습니다. 이직자의 임금 상승률은 8.3%로 2021년 7월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노동부가 아침 8시 30분에 발표한 3분기 노동생산성은 전 분기 대비 연율 5.2% 증가해 이미 발표됐던 예비치 4.7%보다 0.5%포인트 상향 조정됐습니다. 월가 컨센서스 4.9%도 웃돌았고요. 이는 2020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습니다. 생산성 급증으로 인해 3분기 단위노동비용은 전분기보다 연율 1.2% 하락했습니다. 시간당 보상이 3.9% 증가했지만, 생산성이 5.2% 늘어난 덕분입니다. 예비치는 -0.8%였습니다.

아치 캐피털의 파커 로스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생산성 증가율은 경기 침체 때를 제외하면 2000년대 초반 이후 가장 강력하다. 더 흥미로운 점은 단위노동비용의 분기별 감소로 최근 일련의 인플레이션 둔화를 보여주는 데이터에 더 큰 힘을 싣는다. Fed는 기준금리 인상을 마쳤으며 이제 통화정책 정상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명확히 전달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단위생산비용의 감소는 기업에도 좋은 소식입니다. 마진이 증가할 수 있으니까요. 리처드 번스타인 자문은 "생산성 급등은 이익 증가의 초기 단계다. 오늘 데이터는 기업 이익 사이클이 바닥을 지났다는 우리 분석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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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데이터가 나온 뒤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등 장기물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반등하던 2년물 등 단기물 금리도 잠깐 강보합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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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ADP 데이터에 대해선 주의를 촉구하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ADP 민간고용과 노동부의 고용보고서 간에는 상관관계가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우리는 ADP 데이터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11월 신규고용 전망치를 23만8000개로 변경 없이 유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판테온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도 "ADP 데이터는 노동부 고용 수치에 관한 한 매우 신뢰할 수 없는 가이드다. 금요일 고용은 오늘 ADP 데이터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늘 금리보다 시장의 눈길을 더 끈 것이 있었습니다. 유가 폭락입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4.1% 급락해 배럴당 69.38달러에 거래됐습니다.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지난 7월 3일 이후 5개월 만입니다. 브렌트유도 3.8% 내린 배럴당 74.3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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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OPEC+의 자발적 감산에 대한 회의론이 있는 데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미국의 생산·수출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의 경기 둔화로 수요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보면 지난주 휘발유 재고량은 542만 배럴 증가해 컨센서스 130만 배럴 증가를 크게 상회했습니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재부각되고 있는 것도 유가 하락의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다음 달 중국 등 대부분 구매자에 대한 원유 판매가를 낮췄지요.

무디스는 지난 5일 중국 국채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오늘은 홍콩과 마카오 국채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낮췄습니다. 또 중국공상은행과 중국개발은행 등 중국 주요 8개 은행에 대한 등급 전망도 낮추고 26개 중국 지방정부 금융기관을 등급 하향 검토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최근 내년 경제 전망에 대한 보고서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중국 경제 전망은 부정적 기조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모건스탠리인데요. 모건스탠리는 중국은 지방정부와 부동산 기업들의 부채 축소로 인한 총수요 및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완화적 통화 및 재정 정책을 쓰고 있지만, 부채 축소 문제가 심각해서 앞으로의 길은 여전히 험난하리라는 것이죠. 또 인플레이션이 계속 낮게 유지될 것으로 봤습니다. 이는 기업의 가격 결정력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중국 기업의 수익성에 도전과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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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발표된 독일의 10월 제조업 주문은 예상보다 크게 감소(전월 대비 -3.7%)했습니다. 경기 둔화, 물가 둔화 속에 투자자들은 이제 내년에 세계적인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투자자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년 3월부터 금리를 내려 모두 6번 인하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오늘 ECB의 금리 인하 시기를 기존 6월에서 4월로 조정하고 3월에 내릴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내년 금리 인하 폭도 100bp에서 150bp로 확대했습니다. 투자자들은 또 미국 Fed는 내년 5월부터 다섯 번 내릴 것으로 베팅합니다. 영국 중앙은행은 6월부터 세 차례 인하할 것으로 가격에 책정하고 있고요. 오늘 캐나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필요하다면 정책금리를 더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캐나다가 기존 성명서의 "물가 안정에 대한 진전이 더디고, 인플레이션 위험이 증가한 점을 우려한다"라는 문구를 삭제한 것을 주시하면서 다음 움직임은 금리 인하가 될 것이라고 베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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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이런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다고 지적합니다. 블랙록 투자연구소의 웨이 리 전략가는 "인하 베팅은 너무 공격적이다. 그게 실현되려면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어야 한다. 우리는 Fed가 내년 하반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고, 인하 횟수는 과거 경기 침체 때에 비해 꽤 적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로이터가 12월 1~6일 이코노미스트 102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를 보면 5명을 뺀 모두가 "Fed가 이번 사이클에서 금리 인상을 마쳤다"라고 답했습니다.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서는 52명이 "적어도 7월까지는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또 72명은 "내년 인하 폭이 100bp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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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4시 20분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5.4bp 하락한 4.117%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반등해 2.4bp 상승한 4.601%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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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금리가 지속해서 내려가고 유가가 급락했는데도 뉴욕 증권시장의 투자자들은 감동하지 않았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6% 상승세로 출발한 뒤 시간이 흐를수록 아래쪽을 향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19%, S&P500 지수는 0.39% 내렸고 나스닥은 0.58% 하락했습니다. 유틸리티 업종이 1.4%, 헬스케어 주식이 0.1% 오르는 등 전반적으로 방어적 분위기가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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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일부에서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너무 빠른 금리와 유가 하락은 예상보다 빠른 경기 둔화를 예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LPL 파이낸셜)입니다.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도 "나쁜 뉴스가 나쁜 뉴스가 될 수 있다"라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그동안은 경제 데이터 악화가 물가 둔화, Fed의 긴축 중단을 이끄는 좋은 뉴스로 여겨졌지만, 앞으로는 경기 침체 우려를 자극할 수 있는 나쁜 뉴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경기순환주에 대한 공매도를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웰스파고 자산운용의 데럴 크롱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제조업, 주택시장, 해외 성장의 순차적 둔화로 인해 단계적 경기 약화가 분명해졌다. 경제적 역풍으로 인해 미국은 2024년 초부터 적당히 둔화하면서 내년 성장률은 0.7%에 그칠 것이다. 우리는 2024년에도 방어적 포지셔닝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데이비드 러셀 전략가는 “ADP 데이터는 Fed의 긴축이 이제 실제로 효과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각종 수치는 연착륙을 향하고 있지만, 통화정책이 너무 강경하게 유지된다면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어쨌든 연착륙 기대는 여전히 컨센서스입니다. 증시 움직임에 대해서도 11월 단기 급등세를 소화하는 과정이란 관측이 다수이고요. 재닛 옐런 장관은 어제 "경기 침체를 우려할 만한 노동시장 약화의 일반적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높은 실업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은 말을 되돌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델타항공의 에드 바스티안 CEO는 오늘 모건스탠리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추수감사절에 판매 기록을 세웠고 크리스마스 연휴는 (예약을 보면) 매우 강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 출장 수요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사업 전망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라면서 4분기 기존의 가이던스를 확인했습니다. 이에 델타항공 주식이 3.54% 치솟는 등 항공주가 모두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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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에 대해 댄 나일스 사토리펀드 설립자는 "WTI 배럴당 70달러 밑에서 관련 ETF를 매수한다. 유가가 정확하거나(수요에 문제가 있음) 주식 시장이 정확하거나(경제에 문제없음) 둘 중 하나는 맞을 것이다. OPEC+가 이런 유가 수준은 지지할 가능성이 크며, 미국은 전략 비축유(SPR) 보충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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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와 관련, 찰스 슈왑은 "인플레이션 하락과 성장 둔화로 인해 단기 및 장기 수익률이 모두 이번 사이클 최고점에 도달했을 수 있다. 2024년 인플레이션이 완화된다는 가정하에 계속해서 하락할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2024년 금리 하락 전망은 간단하지만, 그 길은 험난할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이션 하락과 경제 둔화에 따라 채권 수익률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나, Fed 움직임에 대한 불확실성이 변동성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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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성장 및 물가 둔화/ Fed의 금리 인하=Fed가 내년 중반부터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경우 1년 이내에 10년물은 4%, 2년물은 3.75%까지 떨어질 것이다.
②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되는 경우=Fed가 기준금리를 한 차례 추가 인상할 수 있고 장기간 높은 금리가 유지된다. 10년물은 4.25%, 2년물은 5.25% 수준에서 거래된다.
③ 경기 침체=Fed가 향후 12개월 동안 금리를 최대 150bp 인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단기금리가 더 급격히 떨어진다. 2년물은 3%, 10년물은 3.25%를 예상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