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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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전문 헤지펀드 머디 워터스가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블랙스톤의 부동산 투자 신탁회사에 대규모 쇼트(공매도) 포지션을 취했다. 장부에 부적절한 결함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두 회사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의 힘겨루기가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 머디 워터스는 블랙스톤 계열 부동산 투자회사인 블랙스톤 모기지 트러스트에 대규모 공매도 거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카슨 블록 머디워터스 최고 투자책임자(CIO)는 이날 런던에서 개최된 손 투자 콘퍼런스에서 "블랙스톤 모기지 트러스트(BXMT) 장부에 심각한 결함을 발견했다"며 "이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 대출 상품 대다수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 중반께 배당금을 대폭 삭감하고,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디 워터스는 2010년 카슨 블록이 설립한 공매도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주로 회계 장부를 조작한 기업을 저격하고 공매도를 통해 이익을 거둔다. 회사 이름도 중국의 병법 '혼수모어(混水摸魚)'에서 따왔다. "물을 혼탁하게 한 뒤 고기를 잡는다"라는 의미다.

머디 워터스는 주로 중국 기업의 회계 부정을 폭로하면서 수익을 냈다.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렸던 루이싱 커피를 비롯해 중국 최대 교육업체 하오웨이라이 등 중국 기업의 회계 부정을 폭로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후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거뒀다.

이번에는 BXMT가 사냥감이 됐다. 이 회사는 블랙스톤이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2013년 설립한 부동산 투자 회사다. 주로 북미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에 대출 상품을 판매했다. 현재까지 총 220억달러 규모의 부동산 대출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블록 CIO는 거시 경제 흐름 탓에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도래했다고 분석했다. 상업용 부동산에서 창출되는 현금 흐름이 감소했다. 이 때문에 오피스 빌딩을 포함한 일부 담보 자산이 대출 금액을 밑돌게 됐다는 주장이다. 또 금리 수준도 높아져서 리파이낸싱(재융자) 비용도 커진 상황이다. 블록 CIO는 BXMT의 장부상 손실액이 약 25억~45억달러에 육박한다고 추정했다. 시가총액(36억달러)을 넘는 수준이다.

머디 워터스의 폭로가 이어진 뒤 BXMT 주가는 하루 새 8% 급락했다. BXMT 관계자는 "머디 워터스의 주장은 이기적이고 오해의 소지가 크다"며 "공매도 차익을 거두려고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소만 앞세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BXMT는 아직 재정 상태가 견조하다고 해명했다. 지난 3분기 배당금의 126%에 달하는 수익을 기록했고, 현금성 자산도 18억달러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또 지난 12개월 동안 부동산 대출을 38억달러가량 상환받았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투자 신탁은 정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고정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수익이 배당금을 밑돌면 시장에선 이를 디폴트 신호로 받아들인다.

부동산 가치 하락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놨다고 항변했다. 이미 지난 10월 BXMT의 CEO인 케이티 키넌이 주주들에게 서한을 통해 "보유 자산의 27%를 차지하는 오피스 빌딩 대출 중 40%에 대한 손상 차손 조짐이 있다"며 "하지만 지난해 BXMT는 손실액의 10배 규모의 충당금을 인식한 상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자산 충당금을 활용해 손실 인식을 줄이겠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