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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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역사적인 고금리로 수익률이 높아진 머니마켓펀드(MMF)에 역대급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MMF 투자 인기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 집계 기준 올해 1월 이후 지금까지 미국 MMF에 유입된 자금은 1조1900억달러(약 1548조원)에 달한다. 이는 2012년~2022년 10년 동안 연간 평균 순유입액인 1790억달러를 크게 웃돈다. 2021년에는 4290억달러가 유입됐었다.

미 국채 금리가 단기간에 급격히 치솟으면서 최근 투자금이 MMF로 몰리고 있다. 단기 채권에 투자하는 MMF는 채권 금리 등락이 펀드 수익률에 반영되는 상품이다. 주로 국공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해 안전자산으로 간주하지만 수익률이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비해 낮은 편이다.

가장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10월 31일부터 11월 30일 사이에만 MMF에 257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올해 3월 이후 월간 기준 최대 유입액이다. 3월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일반 예금 계좌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MMF로 몰린 바 있다. 지난달 29일 기준 MMF 잔액 규모는 5조800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상반기에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것이란 시장 전망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MMF에 자금이 몰리는 배경은 다양하다. 먼저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Fed의 기준 금리 인하 전에 수익률을 확보하려는 기관 투자자들이 MMF로 모여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과 채권을 매수하기 전에 단기 국채 금리 혜택을 누리는 전략이다.

또한 미국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로 장기 국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MMF 매력이 커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MMF의 수익률은 대부분 5%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MMF에 자금이 몰리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의 유동성 솔류션 글로벌 책임자인 슈안 컬리넌은 "내년 기관투자자들이 MMF 투자를 주도할 것"이라며 "양적완화 사이클이 시작되면 MMF 수익률이 직접 시장에 투자하는 수익률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 투자회사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크리스 도나휴 최고경영자(CEO)는 "MMF에서 대규모 자금이 이탈하는 큰 후퇴는 기대하지 않는다"며 "1조 달러가 빠져나가는 것보다 1조달러가 더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고금리가 장기적으로 유지된다는 우리의 예측이 맞는다면 MMF에 투자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