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코브레 구리광산 폐쇄 위기
글로벌 구리 생산 1.5%이상 감소 전망


파나마의 초대형 구리 광산이 폐광 위기에 몰리면서 글로벌 구리 시장의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나마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캐나다 퍼스트퀀텀미네랄(FQM)과 한국 광물자원공사(현 광해광업공단)가 투자한 코브레파나마 광산과 관련한 인허가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여론에 밀린 파나마 정부는 최신식 구리 광산 단지를 폐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코브레파나마는 매장량이 30억t에 달하는 파나마 최대이자 세계 10위권 구리 광산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약세를 보였던 구리값은 지난달부터 급격히 오르고 있다. 국제구리연구그룹(ICSG)이 지난 10월 내놓은 예상치는 한 달만에 보기 좋게 빗나갔다. ICSG는 내년 46만7000t의 구리가 과잉 생산돼, 2014년 이후 가장 심각한 초과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구리 가격 3개월만 최고 수준으로 상승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30일(현지시간) 구리 선물 가격은 t당 840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0월 연중 최저 수준인 t당 780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구릿값은 파나마에서 정부의 구리 광산 채굴권 인허가 연장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화된 지난달 10일 이후에만 약 8% 상승했다. 현물 가격도 t당 8332달러로 지난 9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파나마 대법원이 FQM 광산 채굴권 협약 위헌 결정을 내린 지난 28일 법원의 결정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몰려 나와 환호하고 있다. /사진 =AFP
파나마 대법원이 FQM 광산 채굴권 협약 위헌 결정을 내린 지난 28일 법원의 결정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몰려 나와 환호하고 있다. /사진 =AFP
코브레 파나마 광산은 시위대가 지난달 광산 인프라 운영에 필요한 물자를 차단한 탓애 이미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연간 생산량이 37만5000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코브레 파나마의 폐쇄가 장기화되거나, 광산이 영구 폐쇄되면 내년에 예상했던 초과 공급분이 사라지면서 구리 대란이 우려된다. 코브레 광산 주변 인프라 건설에 지난 10년간 약 100억 달러(12조9500억원)를 투자한 FQM 등은 국제 중재 등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분간 조업 재개는 어려울 전망이다. 내년 파나마 대선을 앞둔 가운데, 대법원의 위헌 결정에 대해 코르티소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1997년 첫 인허가 때부터 반발에 직면했고, 최근 반대 시위 과정에서 사망자까지 발생하는 등 파나마 시민들의 민심은 되돌리기 어려운 지경으로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앨리스 폭스 맥쿼리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코프레 파나마 광산이 영구 폐쇄된다면 내년에 당장 원자재 시장 공급부족 사태가 예상된다"며 "내년 5월 파나마 대선 이후 조업이 재개된다면 16만t의 공급 차질 정도로 손실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급부족, '구리 수퍼랠리' 시작되나

세계 2위 구리 생산국인 페루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페루의 최대 구리 생산지인 라스 밤바스 광산의 노동조합 지난달 28일부터 3일간 파업을 감행했다. 광산의 생산량이 올해 1~9월 22만116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2% 증가하자, 노동자들이 사업주인 중국 우광자원(MMG)을 상대로 이익 공유와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고 언제 다시 조업을 중단할지 모르는 상태다.

신규 광산개발도 반대 시위 등으로 인한 인허가 지연 때문에 차질을 빚고 있다. 페루에선 현재 대형 구리 광산 안타미나(Antamina)의 확장을 위한 20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를 비롯해 치날코(Chinalco)의 토로모초 광산과 인마클라다(Inmaculada)광산 증설 등 기존 광산 개보수에만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페루 리마의 자문사 컨설트안데스의 존 유울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갈등이 계속되면 대규모 신규 프로젝트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구리 수출에 규제도 시장에 악재다. 인도네시아는 당초 구리 정광 수출을 금지하려 했으나 계획을 바꿔, 내년 5월까지 허용하는 대신 최고 10%의 수출 관세를 부과하기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기차·풍력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구리가 대량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 추세에 따라 구리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지으려면 화석연료 발전소보다 약 5배 많은 구리가 필요하다. 중국은 기존 2030년 태양광 발전 용량 목표치를 5년 앞당겨 달성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전기차에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3배 이상의 구리가 사용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