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정부가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단속하겠다고 나서면서 세무당국과의 세금 분쟁에 대비한 보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보험 중개인과 보험업체에 따르면 세금 보험에 가입하는 기업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세금 분쟁 패소 판결에 대응하기 위한 보험 자금도 급증해 올해는 세금 보험의 기록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국세청과의 분쟁에서 패소할 경우 10억달러 이상의 세금 납부를 보장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한 기업도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세금 분쟁 보험 시장에 신규 진출하는 보험사가 급증하고 있다. 보험 중개사 마쉬의 마크 맥티그 세금 보험 전문가는 “세금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보험사가 6년 새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시장에 풀린 세금 보험 요청 건수는 올 들어 10개월간 총 88건으로 2020년 대비 두 배 증가했다. FT는 “기업들의 우려와 달리 보험회사는 세무당국의 추가 세금 징수 조치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빌 켈로그는 “각국 정부가 예산 손실을 메우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납세자들이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세금 보험은 과거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으로 도입된 보험 상품이다.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의 세금 공제를 보장하는 용도 등으로 활용했지만 최근 글로벌 조세 회피 단속 움직임에 따라 확대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법인 납세자 등에 대한 감사를 집행하기 위해 예산을 늘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다국적 기업에 15%의 최저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데 합의한 뒤 회원국 정부는 기업들의 조세 회피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각종 신규 입법에 나서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