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회의 연기에 출렁이는 국제유가…확산하는 약세론 [오늘의 유가]
OPEC 회의 연기 여파에 유가 1% 하락
산유국 간 갈등 심화하며 감산 규모 축소 전망
약세 대비한 풋옵션 거래량 역대 최대치 찍어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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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정례회의를 연기한 뒤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산유국 간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감산 규모가 예상보다 작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1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0.75달러(0.97%) 하락한 76.3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전날보다 배럴당 0.54달러(0.66%) 하락한 81.42달러에 마감했다.
OPEC 회의 연기에 출렁이는 국제유가…확산하는 약세론 [오늘의 유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23개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성명을 통해 오는 26일로 예정한 회원국 간 장관급 정례회의를 30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한 여파다. 회원국 간 이견으로 더 이상 감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 유가는 전날 장중 한때 5%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OPEC+는 구체적인 연기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시장에선 아프리카 산유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이 심화했다고 관측했다. 사우디는 올 7월부터 연말까지 하루 10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우디가 아프리카 산유국의 감산을 유도했지만, 앙골라, 나이지리아 등이 이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산유국은 최근 수년간 유전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면서 생산성이 축소한 상황이다. 설비 개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원유 수출량을 늘려야 하는 입장이다.

OPEC+가 감산에 대한 합의를 내지 못하자 시장에선 약세론이 확산했다.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3일 21만 1000여개의 브렌트유 선물 약세 풋옵션(특정 상품을 특정 시점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이 거래됐다. 거래량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원유 트레이더를 비롯해 헤지펀드 등이 유가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옵션 매수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풋옵션 수요가 급증하면서 옵션 프리미엄은 역대 최고치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OPEC+의 합의가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원유 트레이더들은 보호 수단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기 시작했다"며 "지난달 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한 직후 풋옵션 대신 달러를 매수하던 상황과 극명히 대조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국제 유가의 향방이 앙골라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프리카 산유국 중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등 두 국가가 사우디의 감산 주장을 반대하고 있다. 다만 나이지리아 정부는 사우디와의 밀접한 관계를 감안해서 감산에 찬성할 것이란 관측이다.

캐나다 투자은행(IB) RBC 캐피털 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나이지리아 정부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의 관계 개선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이 때문에 나이지리아는 감산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지만, 앙골라의 경우 자국 상황을 우선시해서 이견을 좁히기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