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들의 포트폴리오

2분기 이어 中주식 대거 처분
상위 5개 종목 모두 美소비재
구글은 팔고, 메타는 늘려
美 소비재 편애하는 레이 달리오…빅테크에서는 전망 갈렸다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헤지펀드 대부' 레이 달리오가 설립한 브리지워터가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 중국 주식을 대거 청산했다. 중국 경제 약세론을 점치면서다. 반면 브로드컴 넷플릭스 등에 신규 투자에 나서며 내년 미국의 경제 회복에 베팅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지난 13일 제출한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이 회사는 대만 TSMC 지분을 모두 팔았다. 브리지워터는 또 중국 전기차 제조사 샤오펑, 리오토, 니오 등을 비롯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핀둬둬의 모회사 PDD홀딩스, 중국 온라인 P2P 대출업체 루팍스 홀딩스에 대한 익스포저도 줄였다. 1975년 브리지워터를 세운 레이 달리오는 지난해 공식적으로 경영에서는 손을 뗐지만, 이사회 활동을 계속하며 펀드 운용에서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브리지워터는 앞서 2분기에도 보유 중국 주식 가운데 3분의 1가량을 매도하는 등 탈(脫)중국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9월 보고서에서는 "중국 경제는 앞으로 수년간은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중국 주식을 내다 판 대신 신규 매수한 종목들로는 브로드컴, 넷플릭스. 엔비디아 등이 있다.

브리지워터가 보유 중인 개별 주식 중에서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7개가 미국 소비재 종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1위는 프록터앤갬블이다. 2분기 460만 주에서 3분기 480만 주(7억달러어치)로 지분을 늘려 포트폴리오 내 프록터앤갬블 비중을 4.23%로 끌어올렸다. 2~5위에는 코카콜라(899만 주·5억360만달러어치)와 펩시콜라(268만 주·4억5400만달러어치), 코스트코(82만 주·4억6700만달러어치)와 월마트(269만 주·4억3000만달러어치) 등 음료와 대형마트 분야의 양대 경쟁사들을 포진시켰다.
美 소비재 편애하는 레이 달리오…빅테크에서는 전망 갈렸다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맥도날드 지분도 전 분기 대비 6만 주(4% 이상) 늘려 총 148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47년 간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해 온 대표적인 '배당 귀족주'다. 주가는 올해 2.6% 가량 상승했지만, 지난달 초에도 배당금 10% 인상을 발표하면서 배당 수익률은 2.5%에 달할 전망이다.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가 같은 분기 전량 매도한 제과업체 몬델리즈인터내셔널 주식을 1억7060만달러어치(전체 포트폴리오의 1.03%) 보유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몬데리즈 주가는 올들어 4.5% 가량 오르는 데 그쳤지만, 배당 수익률이 2.43%에 달해 브리지워터가 추천하는 최고의 배당주 중 하나로 꼽힌다.
위스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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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앤존슨(-0.69%)과 비자카드(-0.31%), 스타벅스(-0.27%)는 브리지워터의 포트폴리오 내에서 가장 큰 축소율을 기록한 상위 5개 종목들 가운데 3개로 꼽히지만, 투자 총액 기준으로는 브리지워터가 여전히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이기도 하다.

브리지워터는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종목 중에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식을 총 보유 주식 중 20%에 해당하는 38만 주 정리한 반면,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주식은 8만4000주 사들였다. 메타 지분은 3분기에 16% 늘렸다. 이에 관해 투자자문사 모틀리풀 분석가들은 "선행 주가수익비율을 보면 분기 내내 알파벳이 메타보다 고평가된 채 거래됐다"며 향후 메타의 주가 상승여력을 더 높게 봤다.

또한 에너지주 가운데 슐럼버거 지분을 69만 주 추가해 3분기에 총 130만 주(7600만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는데, 브리지워터의 포트폴리오 내에서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슐럼버거는 글로벌 석유가스전 컨설팅 회사다. 브리지워터는 코로나19 여파로 유가와 에너지 기업 주가가 덩빈 폭락했던 2020년 4분기에 처음 슐럼버거에 투자한 뒤 꾸준히 지분을 늘리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