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ETF 트렌드

액티브 ETF 올해 1000억달러 유입
뮤추얼 펀드서는 투자금 유출 심화
자산운용사들도 ETF 중심으로 구조 개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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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격히 확장하고 있다. 투자 방식이 고도화되면서 높은 수수료율에도 액티브 ETF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액티브 ETF 호황으로 인해 뮤추얼 펀드 시장은 타격을 입었다. 자산운용업계도 앞다퉈 액티브 ETF 부문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액티브 ETF로 유입된 투자금은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ETF 유입된 투자금 4250억달러(17일 기준) 중 25%가 액티브 ETF로 유입됐다. 최근 들어 성장세가 가팔라졌다. 2018년 이후 유입 자금은 매년 30% 이상 증가했다. 지난달 신규 상장된 ETF의 96%가 액티브 펀드로 출시되기도 했다.

액티브 ETF는 패시브 ETF처럼 지수를 추종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성장주에 투자한다. 지수를 추종하지 않는 이유는 시장 벤치마크(기준점) 수익률을 초과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자산운용사는 일반적으로 미리 정해진 지수의 구성 종목을 본뜬 패시브 ETF를 운용해왔다. 사모펀드(PEF)와 헤지펀드에 투자하기 어려운 소액 투자자들은 각종 패시브 ETF를 통해 투자의 기회를 확대해왔다. 분산 투자 효과도 얻었다. 반면 액티브 ETF는 운용 보수가 상대적으로 높고, 분산 투자 효과도 덜하다.

액티브 ETF가 급성장한 배경엔 투자 방식의 다각화가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액티브 ETF에 콜 옵션(주식을 사전에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등을 접목해 투자 방식을 고도화한 것이다. 2020년 JP모간체이스가 출시한 커버드콜 ETF가 대표적이다. 커버드콜은 기조 자산을 매수하는 동시에 콜옵션을 매도해서 수익률을 합산하는 액티브 ETF다. 콜옵션 매도로 인해 주가 상승률은 제한되지만, 콜옵션 매도금을 매달 분배금으로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ETF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액티브 ETF 성장세가 가팔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19년 10월 투자회사법 관련 규정(6C-11)을 새로 추가했다. 자산운용사들이 고객 맞춤형 투자·환매 바스켓(투자 대상 포트폴리오)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시장에선 'ETF 규칙'이라고 부른다. 이 규정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은 과세 효율성을 재량껏 늘릴 수 있게 됐다.
급성장한 액티브 ETF, 뮤추얼 펀드 자리 넘본다 [글로벌 ETF 트렌드]
액티브 ETF 호황으로 인해 뮤추얼 펀드 시장은 직격타를 입었다. 뮤추얼 펀드는 매매할 때마다 증권거래세가 부과된다. 반면 똑같은 구조를 갖춘 액티브 ETF는 매도 시 양도소득세만 부과된다. 펀드평가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뮤추얼 펀드에선 1조달러가량의 투자금이 유출됐다. 올해 1~9월에도 뮤추얼 펀드 순 유출 규모는 6560억달러에 달했다.

뱅가드가 2001년 개발한 이중 지분구조에 대한 특허가 올해 만료되면서 뮤추얼 펀드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 뱅가드가 개발한 이중 지분 구조는 뮤추얼 펀드에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와 자본이득세를 ETF를 통해 비과세하는 게 특징이다. ETF는 매각하지 않는 이상 과세가 되지 않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기존에 운용 중인 뮤추얼 펀드를 액티브 ETF로 전환하는 자산운용사들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미국 증시에 상장된 1286개 액티브 ETF 중 65개는 기존 뮤추얼 펀드를 액티브 ETF로 전환한 상품이었다. 뮤추얼 펀드에 주력하던 피델리티 자산운용사도 21일 6개의 뮤추얼 펀드를 액티브 ETF로 전환했다.
급성장한 액티브 ETF, 뮤추얼 펀드 자리 넘본다 [글로벌 ETF 트렌드]
아예 액티브 ETF를 중심으로 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자산운용사도 나타났다. 1924년 세계 최초로 뮤추얼 펀드를 출시한 MFS인베스트매니지먼트는 지난 15일 액티브 ETF 전환을 선언하며 조직 개편을 추진했다. 이전까지 MFS는 액티브 ETF를 출시한 바 없다. 미국 내 3위 뮤추얼 펀드 전문 자산운용사인 캐피털 그룹도 지난해 2월 설립 이후 처음으로 액티브 ETF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상품을 상장했다.

일각에서는 뮤추얼 펀드 시장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여전히 뮤추얼 펀드를 매수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서다. 아담 사반 모닝스타 선임 연구원은 "뮤추얼 펀드 시장이 쇠퇴하고 액티브 ETF 시장이 부상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라며 "다만 아직 뮤추얼 펀드에 26조달러가 묶여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뮤추얼 펀드가 몰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