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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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진입할 것이란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생산성 향상이 요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인당 생산성이 향상하면서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완화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이었던 임금 상승률도 둔화하며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경제 성장세가 가파른 요인은 생산성에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들어 노동 공급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1인당 생산성이 향상하면서 경제 연착륙 가능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연착륙을 낙관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경제 지표다.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가 견고한 수치를 기록해서다. 지난달 근원 소비자물가(CPI) 상승률(4%)은 2년 여 만에 가장 낮았다. 물가가 잡히는 와중에도 일자리는 더 늘었다. 경제 성장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분기 4.9%일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던 임금 상승세도 완화하는 모습이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은 6.3%에서 5.8%로 둔화했다. 임금 분포의 하위 25%에 속하는 근로자의 둔화 폭이 특히 컸다. 이들 임금 상승률은 같은 기간 7.2%에서 5.9%로 줄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사진=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사진=AFP연합뉴스
물가 상승세 억제를 위해 경제 성장을 희생하려 했던 미 중앙은행(Fed)의 예상을 빗나간 결과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줄곧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선 "목표한 추이를 밑도는 경제성장이 필요하다"고 일관되게 촉구해왔다.

Fed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이 연 2%를 지속해서 초과하면 실업률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 부담은 다시 커지게 된다. 2%를 밑돌면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지난 1일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 성장률을 관측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경제 연착륙의 숨은 배경에…'생산성 향상' 있었다
당초 Fed의 예측이 맞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2021년 Fed는 인플레이션이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내다봤다. 공급망 혼란과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물가가 치솟았다는 주장이었다. 이 때문에 성급한 금리 인상을 지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물가상승률은 9%를 넘보며 급격히 상승했다. 특히 서비스업 임금 상승률이 급속도로 치솟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공급 반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공급망에서 나타난 병목현상이 완화하고 코로나19로 막혔던 해외 노동자가 미국에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중단된 건축 공사도 재개됐다. 부동산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예상만큼 주택 및 상업용 건물 가격이 급등하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이 늘어난 유동성이 자본투자로 전환되며 1인당 생산성도 향상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지금보다 더 많은 노동자가 유입되면 수요를 통제(통화 긴축)하지 않더라도 임금 상승률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학계에서 남은 과제로 지속성을 꼽고 있다. 임금 상승 없이 지금과 같은 경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잠재성장률이 연 2%로 수렴하는 추이를 보이게 되면 Fed가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를 추진할 전망이다.

경제자문사 매크로 폴리시 퍼스팩티브의 창립자인 줄리아 코로나도는 "기업의 설비 투자와 노동시장의 과열로 인해 지금 같은 생산성 증가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Fed 입장에선 인플레이션을 조절하기에 수월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