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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운명 따를뻔한 SAP, 주가 40% 급반등 '테크주' 반열 [글로벌 종목탐구]
유럽 NO.1 소프트웨어 기업
수 년 간 기업전망 온탕 냉탕 오가
美 빅테크와 공존 가능성 확인


독일 업무용 소프트웨어 기업 SAP가 올들어 꾸준하게 주가가 상승하며 클라우드 시대 적응에 성공했음을 입증했다. SAP주가는 올들어 약 40% 상승해 유럽연합(EU)의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기업 중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비만 치료제 돌풍을 일으키며 급상승한 노보노디스크와 달리 SAP의 주가는 최근 수 년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주력 시장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공세에 직면해 기업 전망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수 십년간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공룡 기업으로 군림해온 SAP가 중생대를 지배했지만 신생대 적응에 실패해 멸종한 공룡의 운명을 따를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SAP는 생존을 넘어 성장 기술 기업으로 인정받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룡의 운명 따를뻔한 SAP, 주가 40% 급반등 '테크주' 반열 [글로벌 종목탐구]

SAP주가, 우상향 안정세 접어드나

15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SAP는 연초 한 주당 97.42유로에 비해 40%가량 오른 137유로로 장을 마감했다. 현재 SAP의 주식 시가총액은 약 1679억유로(약 238조원)으로 EU에서 시총 순위 7위, 독일에선 1위 기업이다. SAP 주가는 올들어 안정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요하네스 샬러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투자자들이 SAP의 클라우드 사업 성장 둔화를 예상했지만 3분기 매출이 23% 성장하면서 우려를 불식시켰다"며 "회사가 2~3년간의 고통스러운 클라우드 전환 단계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SAP는 1972년 독일에서 IBM 출신 엔지니어가 설립한 업무용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SAP의 주력은 전사적 자원관리(ERP) 솔루션으로, 포브스 선정 2000개 기업의 90% 이상이 SAP를 사용한다. 재무, 인사, 제조, 영업, 물류·유통, 설비 및 공사관리 등 기업의 거의 모든 업무를 지원하며, SAP 솔루션을 활용하는 기업의 사용자 수는 약 3억 명으로 추산된다.
공룡의 운명 따를뻔한 SAP, 주가 40% 급반등 '테크주' 반열 [글로벌 종목탐구]
그럼에도 SAP의 주가는 최근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2020년 8월 140유로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같은해 10월 26일 하루만에 22% 폭락했고, 이듬해 코로나19 유동성 장세를 타고 반등했으나 작년 9월엔 또 다시 81유로까지 급락했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은 미래 전망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SAP는 2010년대까지 미국 오라클과 함께 기업 소프트웨어 시장을 양분하며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유지했다. 그러나 2020년대 빅테크 기업 돌풍이 시작되면서 증시가 요동쳤다. 시장에선 SAP를 고성장 기술 기업으로 보고 주가를 주가수익비율(PER) 수 십배로 평가했다가, 전통 기업으로보고 주식을 내던지는 등 오락가락 했다.

장래가 어둡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결과는 가혹하다. 한 때 독일 최대 기업 자리를 놓고 SAP와 경쟁했던 폭스바겐은 지금도 SAP의 네 배 가까운 이익을 내지만 시가총액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공룡의 운명 따를뻔한 SAP, 주가 40% 급반등 '테크주' 반열 [글로벌 종목탐구]

클라우드 전환 물결...위기가 기회로

SAP가 성장기업으로 인정받은 것은 최근 적극적으로 클라우드 환경을 이용해 시장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꾸준한 연구개발과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 원동력이 됐다. SAP는 데이터베이스(DB) 플랫폼 하나(HANA)와 ERP를 결합한 솔루션을 내세워, DB시장을 장악한 오라클에 맞서고 있다. 최근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거대 정보기술(IT)기업들과도 경쟁한다. 기업 전산 시스템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한국 현대차그룹 등 다수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데이터베이스(DB)를 오라클에서 클라우드 기반 SAP HANA로 교체했다.

SAP의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은 2020년 기존 사업의 절반을 조금 넘는 규모였으나, 지난해에는 125억5500만유로를 기록하며 기존 사업 매출 139억6500만유로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토비 오그 JP모간 애널리스트는 SAP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언급하며 "SAP는 다년간 가성장을 가속화시키며 불확실한 거시 환경에 대한 안전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강력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들이 빅데이터, 고객관계 등 분야에서 기업용 소프트웨어에 뛰어들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SAP는 지난 10월엔 생성 인공지능(AI)을 적용한 기업용 솔루션 ‘쥴’을 공개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파일럿과 비슷하게 ‘생성 AI를 활용한 디지털 비서’ 기능을 도입한 제품이다. 대화창에 요청이나 질문을 넣으면 실시간으로 답변을 내놓는 형태다. 매출 분석은 물론 사용자가 원하는 데이터나 이미지, 텍스트, 정보 등을 빠르게 찾아준다. 이르면 다음 달 인사 솔루션인 ‘석세스팩터스’에 쥴을 도입하고, 내년 초 쥴을 탑재한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을 출시할 계획이다.
공룡의 운명 따를뻔한 SAP, 주가 40% 급반등 '테크주' 반열 [글로벌 종목탐구]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