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글렌코어는 세계 최대 원자재 중개업체 중 하나다. 1974년 창립 이후 반세기 만에 원자재 시장의 최대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로 광물 가격이 주춤하면서 최근 글렌코어의 주가 흐름은 좋지 않다. 그런데도 애널리스트들은 그동안 수많은 경기 순환을 극복해온 글렌코어답게 조만간 주가가 반등할 기회를 맞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렌코어 '원자재 혹한기' 딛고 반등 시동

석유왕이 세운 원자재 왕국

글렌코어의 모태는 1974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마크리치앤드코다. 마크리치앤드코의 창립자 마크 리치는 오일쇼크(석유 파동) 이후 1980년대 석유 시장을 주름잡은 인물 중 하나다. 그는 1980년대 초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란산 원유를 밀수하는 등 이윤만을 기준으로 거래하며 부를 쌓았다.

하지만 각국 정치인과 만나 흑막 뒤에서 거래하던 트레이더들의 시대는 가고 월스트리트 금융공학을 전공한 이들의 시대가 왔고, 리치는 후계자들에게 축출당했다. 1992년 마크리치앤드코는 글로벌에너지상품자원(global energy commodity resources)의 줄임말인 글렌코어로 사명을 바꿨다. 글렌코어는 2011년 영국 런던증시에 기업공개(IPO)했다. 글렌코어는 그해 IPO 시장에서 최대 규모인 10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현재 글렌코어 사업의 양대 축은 에너지와 광물 사업부다. 과거 농산물 중개도 했지만 2016년부터 손을 떼기 시작했다.

공급 과잉에 광산 구조조정 착수

올해 글렌코어 주가는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런던증시에서 글렌코어 주식은 연초보다 20.86% 하락한 430.85파운드에 거래를 마쳤다.

글렌코어의 주요 거래 품목인 석탄과 철광석, 니켈 등의 거래 마진이 크게 줄어든 여파다. 글렌코어의 상반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94억달러(약 12조760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 감소하며 반토막 났다. 순이익은 46억달러로 61% 줄었다.

니켈을 제외한 광물 생산량 자체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반기 기준 구리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48만8000t, 석탄은 2% 줄어든 5420만t, 니켈은 20% 감소한 4만6000t을 기록했다. 그러나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구리 가격은 11%, 니켈은 13% 하락했다. 구리 마진율은 전년 60%에서 올해 45%로, 석탄은 66%에서 50%로 급락했다.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 수요가 둔화하고, 중국 자본을 등에 업은 인도네시아산 니켈이 시장에 과잉 공급된 여파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글렌코어는 광산 구조조정을 택했다. 글렌코어는 이달 중순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광산인 퀸즐랜드주 아이사 광산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채굴할 수 있는 구리의 등급이 낮아 경제성이 떨어져서다.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의 코암니보 니켈 광산 운영도 내년 2월부로 중단할 가능성을 이달 초 내비쳤다.

현재 원자재 가격이 저점이라 앞으로 글렌코어 주가도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 전환, 자원 민족주의, 지정학적 위험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을 자극할 요인이 있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널리스트 13명 중 11명이 매수 의견을, 2명이 보유 의견을 제시했다. 12개월 목표주가 평균은 13일 종가보다 24.9% 높은 537.91파운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