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사진=EPA
세계 주요 국가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외환거래(FX) 펀드 수익률이 반등하고 있다. 기준 금리 격차에서 발생하는 차익을 거둬들여서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퇴출 위기에 놓였던 FX 펀드가 되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시장조사기관 바클레이스헷지를 인용해 헤지펀드가 운용하는 FX 펀드 평균 수익률이 올해 들어 연 7%대에 육박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년간 평균값의 2배를 넘어선다.

170억달러 규모의 FX 펀드를 운용하는 에이드리언 리&파트너스의 에이드리언 리 최고 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에 "거시 경제의 변화로 인해 이익을 쉽게 거둘 수 있었다"며 "올해는 외환 거래 부문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둔 시기로 기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FX 펀드 수익률이 높은 배경에는 각국의 금리 격차가 있다. RBC 캐피털 마켓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10대 통화(G10)의 금리 평균에 대한 표준 편차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2.25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표준편찻값은 커질수록 각국의 금리 격차가 벌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때 퇴출 위기였던 외환거래펀드의 부활…"쉽게 돈 벌었다"
헤지펀드는 이 점을 공략했다.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수익을 창출했다. 캐리 트레이드는 기준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자본을 조달한 뒤 고금리가 이어지는 국가 통화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실제 노무라증권의 G10 FX 캐리트레이드 지수는 2016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헤지펀드 대부분이 일본에서 투자금을 빌린 뒤 미국 달러화를 대량 매입했다. 엔저 현상과 달러 강세가 맞물리면서 수익률이 급증했다. 올해 초부터 엔화와 달러 캐리 트레이드를 추진한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약 20%를 웃돈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금리가 고공행진 하는 영국 파운드화를 매수하고, 비교적 금리가 낮은 스웨덴 크로나화에 공매도(쇼트)했다. 이 방식을 통해 약 올해 들어 수익률은 9%에 달한다.

FX 펀드는 당초 2008년 시장 퇴출 위기에 몰렸다. 금융위기로 인해 자본 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익성이 곤두박질쳤다. 당시 외환 거래 펀드의 80%가량이 청산했다. 이후에도 시장은 더 악화했다. 경기가 회복되는 가운데 선진국 대부분의 기준 금리가 0%대를 유지해서였다. 금리 격차를 활용한 외환 트레이드가 나타나지 않았다.

올해 각국의 통화 긴축 속도 차이가 발생하면서 금리 격차가 벌어졌다. 다만 FX 펀드의 호황이 장기가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플레이션이 냉각되면서 금리 정책이 안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격차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제로 금리를 유지하던 일본 중앙은행도 금리 인상에 나서는 모양새다.

수익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 18개월 동안 FX 펀드 수익률 1위를 차지한 에스펙트 캐피털의 라즈반 렘싱 이사는 "세계 각국의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약화하면서 통화 시장에서도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통화 시장이 급격히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