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뉴몬트, 금광 업계 장악…금 한돈 40만원 가나 [원자재 이슈탐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라이벌 캐나다 바릭골드와 격차 두 배로
비(非)서방국 탈달러 기조,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금값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 돌파하나
세계 최대 금광기업 뉴몬트(Newmont)가 이달초 호주의 대형 금광업체 뉴크레스트 마이닝(Newcrest Mining) 인수를 완료했다. 수 십년 간 엎치락 뒤치락 경쟁해온 캐나다 바릭골드(Barrick Gold)와의 금 생산량 격차를 두 배 가량으로 벌려 확고한 1위 기업으로 떠올랐다. 1921년 미국 뉴욕에서 원자재 투자 기업으로 시작한 뉴몬트는 100여년만에 금 채굴 시장을 제패했다.
시장 지배 기업의 등장은 여러 요인과 맞물려 금값이 온스(트로이온스) 당 2000달러 선을 뚫고 상승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국 등 주요 국의 탈(脫)달러화 추진으로 금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하락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금 시장에서 뉴몬트의 지위가 석유 시장에서 약 10~15%의 점유율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비슷한 수준이 될지 주목된다.
뉴몬트가 수준 낮은 1차 산업에 속하는 광산 회사에 불과하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이 회사는 미 증시 S&P500지수에 포함된 기업이다. 시가총액이 약 400억달러(9일 기준)로 현대자동차보다 높다. 지난해(뉴크레스트 인수 전) 매출이 119억달러(약 15조6000억원)에 달하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45억5000달러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도 우수하다.
회사측에 따르면 뉴크레스트 인수 후 뉴몬트는 전 세계 금 생산량의 8.9%(2023년 기준)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S&P글로벌은 뉴몬트가 뉴크레스트와 함께 올해 940만 온스(트로이온스)의 금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금 생산량 414만 온스에 그친 바릭골드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금을 생산할 것이란 전망이다.
뉴몬트와 바릭골드는 업계 1위를 놓고 수 십년간 경쟁해왔다. 바릭골드는 2018년 랜드골드(Randgold Resources)를 65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 금광 기업에 등극했다. 아프리카에 다수의 광산을 가진 랜드골드와 합쳐 금 생산량 664만온스(2017년 실적)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듬해 뉴몬트가 캐나다의 골드코프(Goldcorp)를 100억달러에 전격 인수하면서 근소한 차이로 다시 금 시장 1위로 치고 올라왔고, 이번 인수로 금광 업계 1위자리를 완전히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 채굴 시장에선 당분간 뉴몬트를 중심으로 한 구도가 유지될 전망이다. 경쟁사 바릭골드는 올봄 뉴몬트의 뉴크레스트 인수 소식을 듣고 맞불 M&A 대상을 물색했으나 인수에 실패했다. 마크 브리스토우(Mark Bristow) 바릭골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달초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파나마에서 고전하는 캐나다 광산 기업 퍼스트 퀀텀 미네랄스(FQM) 인수에 관심이 있냐는 질문에 "유기적 성장에 주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형 키우기 경쟁을 그만두고 파키스탄 등에 있는 기존 광산 개발에 더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금 시장의 특수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은 전세계에서 연간 3000t내외의 적은 양이 생산되며 일반적인 금속 원자재와 수요 패턴이 다르다. 철광석과 구리 등 산업용 금속들은 경기가 침체될 경우 수요가 줄어 값이 떨어진다. 반면 가치 저장 수단으로도 사용되는 금은 국내외 경기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급변사태, 금융시장 불안 등에 영향을 받는다. 연간 생산되는 금 가운데 6%정도만 전자제품과 촉매 등 산업용으로 쓰이며, 목걸이와 반지 등 장신구를 만드는 데 43% 정도가 사용된다. 나머지는 골드바 등으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매입하거나 개인들이 소장용으로 사들인다는 얘기다.
수요 측면에서 금값 상승 요인을 살펴보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지난달 시작된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미국 등 서방 국가와 마찰을 우려한 비서방국의 탈달러화를 위한 금 수요도 늘어났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유럽의 제재로 달러, 유로, 파운드화 등 총 3000억달러(약 939조원) 규모의 자산을 동결 당하자 중국은 화들짝 놀라 미 국채를 내다팔고 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제재는 미 달러화를 보유한 많은 국가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금 공급은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구도가 고정돼 경쟁이 줄어드는 것도 영향을 미칠 것 전망이다. 금값이 급등해 돈벼락을 맞은 금광 기업들이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진행이 쉽지 않다. 인건비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비용 상승 등으로 갈수록 금광의 채산성이 떨어져 글로벌 금 채굴량은 최근 몇 년간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환경 관련 규제와 각 국의 자원민족주의 등으로 인허가를 얻기도 까다로워져 업계 구도를 뒤흔들 신규 프로젝트 발굴 가능성도 낮아졌다. 금 채굴 시장은 대규모 자본과 축적된 기술이 없는 업체가 신규 진입하기도 어려운 시장이 됐다. 뉴몬트와 바릭골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동원해 후보지를 찾고 지반을 모델링해가며 탐사와 채굴을 이어가고 있다. 후처리 공정에도 첨단 기술을 동원해 원가를 절감했다. 그럼에도 금 채굴 비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금값이 내려오려면 각국 중앙은행의 지하 금고 등에 보관한 금이 시장에 풀리는 길 밖엔 없다는 얘기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비(非)서방국 탈달러 기조,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금값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 돌파하나
세계 최대 금광기업 뉴몬트(Newmont)가 이달초 호주의 대형 금광업체 뉴크레스트 마이닝(Newcrest Mining) 인수를 완료했다. 수 십년 간 엎치락 뒤치락 경쟁해온 캐나다 바릭골드(Barrick Gold)와의 금 생산량 격차를 두 배 가량으로 벌려 확고한 1위 기업으로 떠올랐다. 1921년 미국 뉴욕에서 원자재 투자 기업으로 시작한 뉴몬트는 100여년만에 금 채굴 시장을 제패했다.
시장 지배 기업의 등장은 여러 요인과 맞물려 금값이 온스(트로이온스) 당 2000달러 선을 뚫고 상승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국 등 주요 국의 탈(脫)달러화 추진으로 금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하락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금 시장에서 뉴몬트의 지위가 석유 시장에서 약 10~15%의 점유율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비슷한 수준이 될지 주목된다.
뉴몬트가 수준 낮은 1차 산업에 속하는 광산 회사에 불과하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이 회사는 미 증시 S&P500지수에 포함된 기업이다. 시가총액이 약 400억달러(9일 기준)로 현대자동차보다 높다. 지난해(뉴크레스트 인수 전) 매출이 119억달러(약 15조6000억원)에 달하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45억5000달러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도 우수하다.
글로벌 금 채굴 시장 9% 장악
지난 6일 뉴몬트는 뉴크레스트의 지분 100%를 총 192억달러(약 25조 7145억원)에 인수하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금광 업계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뉴몬트의 호주 법인으로 설립돼 1990년 독립해 나갔던 뉴크레스트는 30여년만에 본사와 재결합했다. 뉴몬트는 뉴크레스트의 호주 광산 뿐만 아니라 파푸아뉴기니 등 오세아니아 지역과 아프리카, 남미 등 3개 대륙 금광 5곳을 넘겨받았다.회사측에 따르면 뉴크레스트 인수 후 뉴몬트는 전 세계 금 생산량의 8.9%(2023년 기준)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S&P글로벌은 뉴몬트가 뉴크레스트와 함께 올해 940만 온스(트로이온스)의 금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금 생산량 414만 온스에 그친 바릭골드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금을 생산할 것이란 전망이다.
뉴몬트와 바릭골드는 업계 1위를 놓고 수 십년간 경쟁해왔다. 바릭골드는 2018년 랜드골드(Randgold Resources)를 65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 금광 기업에 등극했다. 아프리카에 다수의 광산을 가진 랜드골드와 합쳐 금 생산량 664만온스(2017년 실적)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듬해 뉴몬트가 캐나다의 골드코프(Goldcorp)를 100억달러에 전격 인수하면서 근소한 차이로 다시 금 시장 1위로 치고 올라왔고, 이번 인수로 금광 업계 1위자리를 완전히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 채굴 시장에선 당분간 뉴몬트를 중심으로 한 구도가 유지될 전망이다. 경쟁사 바릭골드는 올봄 뉴몬트의 뉴크레스트 인수 소식을 듣고 맞불 M&A 대상을 물색했으나 인수에 실패했다. 마크 브리스토우(Mark Bristow) 바릭골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달초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파나마에서 고전하는 캐나다 광산 기업 퍼스트 퀀텀 미네랄스(FQM) 인수에 관심이 있냐는 질문에 "유기적 성장에 주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형 키우기 경쟁을 그만두고 파키스탄 등에 있는 기존 광산 개발에 더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원자재값 폭락 속 꿋꿋한 금값
금값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원자재 쇼크로 모든 금속의 가격이 상승하던 시기에 함께 상승한 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9년초 온스당 1300달러 수준이던 금값은 2020년 8월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한 뒤 1600~2000달러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원자재 값이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시기와 비슷하게 트로이온스(약 31.3g)당 2000달러에 육박하는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철광석의 경우 2021년 t당 222달러대까지 올랐으나 팬데믹이 끝난 현재 120달러대로 떨어졌고,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리튬 역시 지난해 최고 t당 약 60만위안(CNY·탄산리튬 기준)까지 급등했지만, 현재 약 15만7500위안으로 폭락했다.이는 금 시장의 특수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은 전세계에서 연간 3000t내외의 적은 양이 생산되며 일반적인 금속 원자재와 수요 패턴이 다르다. 철광석과 구리 등 산업용 금속들은 경기가 침체될 경우 수요가 줄어 값이 떨어진다. 반면 가치 저장 수단으로도 사용되는 금은 국내외 경기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급변사태, 금융시장 불안 등에 영향을 받는다. 연간 생산되는 금 가운데 6%정도만 전자제품과 촉매 등 산업용으로 쓰이며, 목걸이와 반지 등 장신구를 만드는 데 43% 정도가 사용된다. 나머지는 골드바 등으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매입하거나 개인들이 소장용으로 사들인다는 얘기다.
금 시장의 미래와 세계평화
국내에서도 금 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금융사들이 발표하는 시세(매매기준율·10일 기준)는 순금 한 돈(3.75g)에 31만원 정도다.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시중에서 금을 살 때의 소매가격(한국물가협회 집계)은 35만~38만원 정도에 형성돼 있다. 10년 전에 비해 두 배가 훌쩍 넘게 올랐다. 국제 금 시세가 2000달러대에 안착할 경우 국내 금값도 한 돈에 40만원대를 완전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수요 측면에서 금값 상승 요인을 살펴보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지난달 시작된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미국 등 서방 국가와 마찰을 우려한 비서방국의 탈달러화를 위한 금 수요도 늘어났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유럽의 제재로 달러, 유로, 파운드화 등 총 3000억달러(약 939조원) 규모의 자산을 동결 당하자 중국은 화들짝 놀라 미 국채를 내다팔고 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제재는 미 달러화를 보유한 많은 국가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금 공급은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구도가 고정돼 경쟁이 줄어드는 것도 영향을 미칠 것 전망이다. 금값이 급등해 돈벼락을 맞은 금광 기업들이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진행이 쉽지 않다. 인건비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비용 상승 등으로 갈수록 금광의 채산성이 떨어져 글로벌 금 채굴량은 최근 몇 년간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환경 관련 규제와 각 국의 자원민족주의 등으로 인허가를 얻기도 까다로워져 업계 구도를 뒤흔들 신규 프로젝트 발굴 가능성도 낮아졌다. 금 채굴 시장은 대규모 자본과 축적된 기술이 없는 업체가 신규 진입하기도 어려운 시장이 됐다. 뉴몬트와 바릭골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동원해 후보지를 찾고 지반을 모델링해가며 탐사와 채굴을 이어가고 있다. 후처리 공정에도 첨단 기술을 동원해 원가를 절감했다. 그럼에도 금 채굴 비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금값이 내려오려면 각국 중앙은행의 지하 금고 등에 보관한 금이 시장에 풀리는 길 밖엔 없다는 얘기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