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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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9월에 이어 2회 연속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매파적 동결'일 것이라는 시장 예상이 뒤집어지자 뉴욕증시는 상승하고 채권금리는 하락했다.

"경제는 강력, 금융은 긴축적"

Fed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연 5.25~5.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Fed는 정책결정문에서 "최근 지표를 보면 경제활동이 강력한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초 이후 이어진 일자리 증가세는 여전히 강력하며 실업률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역시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FOMC 때엔 경제활동이 견고한(solid)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고 했으나 이번엔 '강력한'(strong)이란 수식어로 표현 수위를 높였다.

Fed는 이번 결정문에서 금융여건에 대한 평가도 새로 넣었다. Fed는 "미국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탄력적이지만 가계와 기업에 대한 긴축적인 금융 및 신용 조건이 경제활동과 고용,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근 들어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시중금리가 덩달아 올라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채금리 상승이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갖는다는 얘기다. 파월 의장은 9월 FOMC 때 이러한 점을 일부 인정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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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인플레 수치 상당히 양호"

파월 의장은 이날도 국채금리 상승에 대한 기존 견해를 유지했다. 그는 정례회의 후 연 기자회견에서 "최근 장기채권 금리 상승으로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며 "금융 여건이 지속적으로 변하면 통화정책 전달 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또 인플레 지표가 개선됐다고 봤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중반 이후 완만해져왔다"며 "지난 여름 인플레이션 수치가 상당히 양호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런 흐름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파월 의장은 "최근 인플레이션 완화 데이터는 시작일 뿐"이라며 "목표치인 2%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Fed가 충분한 긴축을 이뤘다고 말할 자신감은 없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없으면 통화정책 변화로 생각해도 되냐'는 질문에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인상을 중단한 뒤 다시 금리를 올리는 게 어렵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파월 의장은 "금리인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재강조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대해선 "지정학적인 긴장 상태가 고조되고 있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와 하마스 전쟁을 지켜보고 있다"며 "경제에 끼치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 노조 사태를 포함해 다양한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탄탄한 경제와 노동시장 속에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비둘기 파월 발언에 환호한 시장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이전보다 완화된 신호로 받아들였다. 에릭 로젠그렌 전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인플레이션과 임금상승률이 점진적으로 둔화하는 한 Fed는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어지고 이럴 경우 통화정책을 더 긴축적으로 가져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전일보다 0.67% 오른 33,274.58로 장을 마쳤다. S&P 500은 1.05% 상승한 4,237.86에 마감했다. 나스닥은 1.64% 급등하며 13,061.47로 끝났다.

연이은 금리 동결에 채권도 강세를 보였다. 이날 오전에 공개된 재무부의 순차적인 국채매각 계획도 영향을 미쳤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0.18%포인트 떨어지며 연 4.7%대로 내려갔다. 기준금리 동향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금리는 연 4.94%로 5% 아래로 하락했다.

국제유가도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72% 하락한 배럴당 80.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8월 28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