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 걷혔나…국제유가 8거래일 만에 최저치 [오늘의 유가]
WTI·브렌트유 모두 3거래일째 하락
전쟁 리스크 완화…유럽발 경기침체 우려


국제유가가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조정세를 나타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원유 수급에 영향을 주지 않는 데 대해 시장이 안도한 결과다. 유럽에서 경기 침체 시그널이 재차 나오면서 수요가 약세를 보인 영향도 있었다.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 인도분은 전일보다 1.75달러(2.05%) 내린 배럴당 83.7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2일(배럴당 82.91달러) 이후 8거래일 만에 최저치다.

브렌트유는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76달러(2%) 하락한 88.07달러에 마감했다. 역시 지난 12일(배럴당 90.89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두 지표 모두 지난 20일부터 3거래일 연속 내림세다.

하마스가 미국인에 이어 이스라엘인 인질까지 추가로 풀어줬다는 소식을 기점으로 중동 지역에서의 갈등은 눈에 띄게 완화하는 조짐이다. 원유 시장에선 이번 분쟁이 석유 수급에 타격을 줄 거란 우려가 거의 걷혔다고 보는 분위기다.
중동 리스크 걷혔나…국제유가 8거래일 만에 최저치 [오늘의 유가]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수석 애널리스트는 일일 보고서에서 “이란이 석유 공급을 제한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스라엘이 인질 석방 노력 차원에서 지상 침공을 보류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확률은 낮아졌다”며 “전황과 관련된 작은 진전이 국제유가에 가해졌던 ‘전쟁 프리미엄’을 대부분 걷어냈다”고 분석했다.

전쟁 변수가 사라지자 그간 국제유가를 짓눌러 왔던 경기 침체 우려가 재차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10월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46.5로, 전월(47.2)과 시장 예상치(47.6)를 모두 밑돌았다. PMI는 해당 지역의 기업 활동이 얼마나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중동 리스크 걷혔나…국제유가 8거래일 만에 최저치 [오늘의 유가]
로이터통신은 “독일에선 이미 침체가 진행 중이며, 다음 주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영국 기업들의 활동도 위축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즈호증권의 로버트 요거 애널리스트는 “지난주에 비해 이번 주 세계 경제가 악화했다는 대화들이 분명히 오가고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에 모인 전 세계 각지의 은행가들과 금융인들은 세계 경제가 얼마나 좋지 않은지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막의 다보스’라 불리는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포럼 얘기다. 이날부터 3일 일정으로 개막한 제7회 FII 포럼엔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했다.
중동 리스크 걷혔나…국제유가 8거래일 만에 최저치 [오늘의 유가]
미국은 유럽과 전혀 다른 분위기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발표한 미국의 10월 제조업 PMI 예비치는 50.0으로, 6개월 만에 최고 기록을 썼다. 전월(49.8)과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망치(49)를 모두 웃돌았다. 같은 기간 서비스업 PMI도 50.9로 석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미국의 경제 지표 강세는 곧 달러화 강세로 이어지며, 이는 국제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원유 가격이 달러화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달러 외 다른 통화를 보유한 트레이더들의 구매력을 낮추기 때문이다.

CIBC프라이빗웰스매니지먼트의 레베카 바빈 수석 에너지 트레이더는 블룸버그통신에 “오늘날 유가는 지정학적 위험과 물리적 (경제) 지표, 달러화 강세 등 역풍의 3중주와 싸우고 있다”며 “최근 시장 변화의 상당 부분은 이벤트 중심적, 단기적 경향을 보이는 소매 거래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등 3대 화석 연료 수요가 2030년께 정점이 이를 거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이 나왔다. IEA는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과 중국의 경기 반등으로 올해 하반기 원유 시장에서 하루 최대 200만배럴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