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광풍 꺾였다…리튬‧코발트‧니켈값 줄줄이 폭락 [원자재 포커스]
리튬값 연초 대비 70% 급락…니켈도 40%↓
코발트는 사상 최저치…"시장 정상화" 진단도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과 코발트, 니켈 가격이 급락세다. 중국 내 전기차 판매 열기가 식은 가운데 공급 과잉까지 겹친 탓이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BMI)와 레피니티브, 아거스 등의 자료를 인용해 연초 이후 리튬과 니켈 가격이 각각 70%, 40%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2021년 중반부터 상승 가도를 타 지난해 말 t당 8만달러까지 치솟았던 리튬 가격은 현재 t당 2만3000달러 수준이다.

중국에서 전기차 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작년 1~9월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로 뛰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증가율이 25%로 쪼그라들었다.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 비용의 5분의 1, 많게는 3분의 1까지도 차지해 판매 가격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中 전기차 광풍 꺾였다…리튬‧코발트‧니켈값 줄줄이 폭락 [원자재 포커스]
최근 배터리 생산업체들이 소재 활용 측면에서 새 물량보다는 기존에 비축된 재고를 활용하는 경향이 짙어진 영향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상에 따라 재고 유지 비용이 오른 데 따른 결과다.

컨설팅업체 CRU 그룹에서 배터리 소재를 담당하는 마틴 잭슨 책임자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며 “중국에선 지난해 가전제품 판매 역시 두 자릿수 감소율을 나타냈으며, 올해도 비슷한 정도의 소비 위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발트값 역시 사상 최저치에 가깝게 주저앉았다. 코발트는 일반적으로 콩고민주공화국과 인도네시아의 광산에서 구리‧니켈을 채굴하고 남은 부산물을 정제해 얻어진다. 이런 생산 구조 때문에 가격 하락기에 공급을 줄여 시장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자료=파이낸셜타임스
자료=파이낸셜타임스
투자은행 맥쿼리의 짐 레논 원자재 수석 컨설턴트는 “코발트 시장은 내가 본 이래 최악의 상황”이라며 “내 기억에 이 정도의 공급 과잉이 있었던 적은 없다. 향후 3~4년간 예측되는 공급 증가량은 시장 규모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고 짚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애널리스트들도 코발트와 니켈의 공급 과잉이 향후 2~3년 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단지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광풍에 가까웠고, 이에 따라 소재 시장도 과열된 측면이 있었다는 진단에서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원자재 연구 책임자인 벤자민 호프는 “(배터리 소재) 시장에 대단한 우울감이 드리워지고 있다기보다는, 2021~2022년에 나타났던 ‘비이성적 열기’가 가라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역동성을 보임에 따라 배터리 소재 가격 역시 고점과 저점을 왕복하는,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할 거란 전망이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 중 하나인 리벤트의 사라 메리세얼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소재 가격의 변동은 호황기와 불황기가 반복해서 교체되는 순환 주기의 일부”라고 말했다.
中 전기차 광풍 꺾였다…리튬‧코발트‧니켈값 줄줄이 폭락 [원자재 포커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