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중·러 아냐"…JP모간, 채권 벤치마크에 인도 편입
JP모간이 글로벌 채권 투자의 벤치마크로 활용되는 자사의 신흥시장국채지수(GBI-EM)에 인도를 포함할 방침이다. 그간 신흥시장(EM) 대표 주자로 꼽혀 온 중국과 러시아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인도가 대안으로 떠오른 결과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JP모간은 내년 6월 28일부터 GBI-EM에 인도 국채 23개를 편입시킬 예정이라고 지난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편입 대상 국채의 총규모는 3300억달러(약 441조원)로, 최대 10%의 비중을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JP모간의 글로벌 인덱스 연구 책임자인 글로리아 킴은 “조사에 응한 벤치마크 투자자 중 4분의 3가량이 인도 편입에 찬성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인도의 존재감은 한층 커지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미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도 국채를 35억달러(약 4조7000억원)어치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인도 자금 담당 본부장인 자예시 메타는 “지난 2년간 인도를 벤치마크 지수에 편입시켜 달라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어마어마했다”며 “중국의 경기 침체와 러시아 국채의 이탈로 투자자들에겐 뭔가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JP모간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직후인 지난해 3월 GBI-EM에서 러시아 채권을 완전히 제외했다.

인도 정부는 벤치마크 합류를 위해 JP모간 측과 수년 동안 협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중앙은행은 2020년 외국인 소유 지분의 제한이 없는 루피화 표시 채권을 도입하며 지수 편입을 위한 토대를 닦았다. 올해 들어 인도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니프티5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신흥 국가 중에서도 독보적인 성장세를 나타낸 것도 한몫했다. 인도의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7.2%로, 주요국 중 최고 성적을 거뒀다.
자료=블룸버그통신
자료=블룸버그통신
지수 편입을 계기로 인도 국채 시장에는 수십억 달러의 신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 금융사인 엠케이글로벌의 마드하비 아로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면서 250억~260억달러(약 33조4000억~약 34조7000억원)가 인도 국채 시장으로 흘러들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로 인도의 국가 신용등급이 올라갈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S&P와 피치, 무디스가 인도에 부여한 신용등급은 각각 BBB-, BBB-, Baa3로 최하 수준이다. 인도 뮤추얼 펀드 코탁 마힌드라 AMC의 닐레쉬 샤 매니징 디렉터는 “평가사들이 (인도의 성장세를 긍정하는) 투자자들의 시각을 반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확실히 인도 정부의 더 낮은 가격에 돈을 빌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경기 하강 국면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액티브 펀드들이 매우 빠른 속도의 매도세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로 지적된다.

JP모간은 글로벌 채권 시장에 벤치마크 지수를 제공하는 은행 중 처음으로 인도를 편입했다. GBI-EM은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 러셀(FTSE Russell) 세계국채지수(WGBI),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글로벌 채권지수(BBGA)와 함께 세계 3대 국채지수로 꼽힌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