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이어 태국·베트남까지 쌀 수출 막아선다면… [원자재 포커스]
티머 하버드대 교수 “태국·베트남도 쌀 수출 제한하면 아시아 가격 t당 1000달러”
필리핀은 쌀 가격상한제 도입




세계 최대 수출국인 인도가 쌀 수출을 제한한 데 이어, 태국과 베트남까지 같은 조처를 할 경우 아시아 쌀 가격이 지금보다 50% 이상 폭등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피터 티머 하버드대학교 명예교수는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쌀 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문제는 태국과 베트남의 쌀 수출 제한 여부”라며 “두 국가가 인도처럼 쌀 수출을 통제한다면 아시아 쌀 가격은 톤(t)당 1000달러를 넘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아시아 쌀의 기준 가격(벤치마크)은 t당 646달러다. 아시아 쌀 기준가격이 t당 1000달러를 넘긴다는 건 현재 시세보다 55%가량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태국은 세계 2위, 베트남은 3위 쌀 수출국이다.

인도는 지난해 9월 싸라기 수출을 제한한 데 이어 최근 들어서는 비(非) 바스마티 백미, 찐쌀, 바스마티 쌀 등으로까지 통제 대상을 확대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인도 정부가 내수 가격 통제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그 결과 8월 말 기준 인도의 쌀 가격은 1년 전보다 크게 오르지 않은 수준으로 안정적인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쌀이 주식인 국가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세계 2위 곡물 수입국인 필리핀은 지난달 31일에 전국 쌀 가격 상한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쌀 소매 가격이 급등하고 사재기 행위가 급증해서다. 미얀마에서는 한때 국내 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해 쌀 수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인도에 쌀 수출 제한을 자국 한정으로 풀어 달라는 나라들도 등장했다. 아프리카 기니의 무역장관은 최근 인도를 방문했다. 싱가포르, 부탄, 모리셔스 등은 자국을 인도의 수출 통제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인도는 지난달 말 “싱가포르는 인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국가”라며 “싱가포르의 식량안보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쌀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태국쌀수출업자협회(TREA)는 오는 6일 회의를 열고 아시아 쌀 시세의 기준인 태국산 백미 5% 부스러진 쌀알 등의 가격을 고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쌀을 둘러싼 시장 심리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