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막을 임시방편?…불 붙은 '태양복사관리' 기술 논쟁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지구에 들어오는 태양열 자체를 차단하는 기술 개발을 두고 논쟁이 커지고 있다. 단기간에 지구의 온도를 식힐 수 있는 최고의 임시방편이라는 찬성론이 있는 반면, 다른쪽에서는 오히려 기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전 세계 기후 과학자들이 앞다퉈 개발에 나선 태양복사관리(SRM) 기술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SRM은 지구공학계에서 논의돼 온 지구온난화 방지 대책 중 하나다. 큰틀에서는 지표면의 온도를 직접적으로 낮춘다는 데 목적을 두고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여러 기술이 논의되고 있다.

성층권에 수백만 t의 에어로졸(미세입자)을 분사해 태양열을 막는 기술이 가장 대표적이다. 헬륨과 이산화황으로 가득찬 대형 풍선을 상공으로 쏘아올린 뒤 터뜨리면 그곳에서 방출된 이산화황이 산화돼 태양 복사의 일부를 차단하는 황산염 입자의 에어로졸을 형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밖에도 우주에 대형거울을 설치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빛을 반사해 돌려보내는 기술 등도 SRM의 일종으로 연구되고 있다.

미 코넬대학교의 다니엘레 비니 지구대기과학과 부교수는 "대부분의 SRM 연구가 미국과 유럽에 집중돼 있긴 하지만, 기후 과학자가 있는 거의 모든 국가가 SRM에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각국 정부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탄소감축을 논의하고 있지만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좀더 직접적이고 과감한 기술로 SRM이 각광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유엔환경계획(UNEP)은 SRM에 관한 보고서에서 "SRM 기술은 단기간에 지구를 식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비효율적이거나 오히려 대기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비판이다. 이들은 SRM 기술에 대해 "하늘의 색을 유백색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거나 "날씨 패턴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FT는 "또 다른 사람들은 화석연료 기업들이 자신들의 탄소배출 사업을 계속 운영할 수 있는 방편으로 SRM 기술을 홍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