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을 찍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앞세워 거액의 선거자금을 끌어모았다. 머그샷을 조 바이든 정부의 정치 탄압으로 포장, 지지층을 결집하고 선거자금까지 모으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4일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구치소에서 20분간 수감 절차를 밟고 풀려난 이후 현재까지 710만달러(약 94억2000만원)가량의 자금을 모았다. 25일 하루에만 418만달러(약 55억5000만원)가 들어오며 트럼프 캠프의 선거운동 기간 최고 금액을 기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4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머그샷을 올린 뒤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와 함께 트럼프 캠프 홈페이지 주소를 덧붙였다. 이어 25일 트럼프 선거 캠페인 홈페이지에는 머그샷 사진과 함께 “조 바이든을 백악관에서 쫓아내고 미국을 구하도록 기부해달라”고 요청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머그샷을 공개하자마자 이를 새긴 티셔츠, 포스터, 스티커, 음료수 쿨러 등을 만들어 온라인 판매에 나섰다. 제품 가격대는 12~34달러(1만6000~4만5000원)다.

일각에서는 머그샷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과 자금 모금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의 ‘굴욕샷’이 ‘인생샷’으로 포장돼 오히려 지지층을 결집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올해 성 추문 입막음, 기밀문서 유출,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등의 혐의로 네 차례 기소됐으나 당내 지지율은 여전히 50% 안팎으로 높은 수준이다.

자말 보먼 연방 하원의원(민주당·뉴욕)은 X에 올린 글을 통해 “정상적인 세계에서 머그샷은 트럼프 정치 인생의 끝이 될 것이지만 현실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올라가고 있다”며 “트럼프는 이 이미지로 수백만달러를 모으는 ‘대박’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캠프는 2020년 대선 불복 관련 혐의 기소가 잇따르던 지난 3주간 거의 2000만달러(약 256억원)를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