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 부진에 美 통화긴축 장기화 우려까지…유가 80달러선 무너져 [오늘의 유가]
WTI 선물 가격 80달러선 붕괴
中 경기 부진 여파 장기화
美 통화긴축 장기화 우려도 확산




국제 유가가 80달러선 아래로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중국의 경기가 둔화한 여파다.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 긴축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도 원유 수요를 축소한 요인으로 꼽힌다. 수요가 대폭 감소하며 국제 유가가 추가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61달러(2%) 떨어진 배럴당 79.38달러에 마감했다. WTI 선물이 80달러 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일 이후 처음이다.
中 경기 부진에 美 통화긴축 장기화 우려까지…유가 80달러선 무너져 [오늘의 유가]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0월물 브렌트유는 1.44달러(1.7%) 하락한 배럴당 83.45달러로 집계됐다.

중국의 경기가 부진할 것이란 전망에 원유 수요가 대폭 줄었다. 전날 발표된 중국의 7월 소매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망치(4.8%)를 크게 밑돌았다.

중국의 부동산 줄도산 위험도 커지며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다시 확산하는 모습이다. 추가 재정 부양 없이 올해 성장 목표 5%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리창 중국 총리는 이날 소비와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타마스 바르가 PVM 애널리스트는 "주요 산유국의 감산으로 인해 공급량이 갈수록 줄고 있지만 중국 경기가 부진하면서 이를 상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여전히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남은 기간 중국의 경기가 다시 반등해 원유 수요를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통화긴축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이날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웃돌며 추가 긴축에 대한 의견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금리 인상이 한 차례 더 시행되면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했다.

통화 긴축에 대한 우려로 인해 달러화 가치는 상승했다. 국제 유가의 주요 거래 수단인 달러화 가치가 커지면 유가는 하락한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103.422를 기록해 전날보다 0.2% 이상 상승했다. 달러지수는 지난 7월 중순 99.554까지 하락했으나 최근 100을 돌파하면서 4% 가까이 상승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는 예상치보다 많이 감소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4~11일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596만 배럴 감소한 4억 3966만배럴을 기록했다. WSJ이 집계한 감소 폭 전망치보다 170만배럴 많았다.

다만 이 기간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은 전주 대비 하루 10만 배럴 증가한 1270만배럴로 집계됐다. 2020년 3월 이후 최대치다. 생산량이 늘면서 재고량 감소로 인한 가격 상승을 상쇄했다는 설명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