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은행(Fed)의 양적긴축(QT)에 대해 월스트리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Fed의 지급준비금이 감소하면서 시중의 유동성을 보여주는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금리가 2019년 급등한 ‘레포 발작’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월가의 경제학자들이 Fed의 양적긴축에 대해 “(파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Fed는 지난해부터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긴축 정책을 펼쳐왔다. ‘대차대조표 축소’로도 불리는 양적긴축은 중앙은행이 매입한 채권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재투자하지 않고 매각하는 방식이다. 금리 인상과 함께 Fed가 사용하는 주된 통화긴축 수단이다.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만큼 자산인 채권을 매각하면서 통상 부채인 지급준비금도 줄이게 된다.

양적긴축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19년 단기 자금시장이 말라붙으며 ‘일시 발작’이 발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7년 양적긴축을 시작했던 Fed가 2019년 9월까지 자산을 줄이던 와중 미 재무부 국채 발행이 급증했다. 여기에 기업들의 법인세 납부 기간까지 겹치면서 시중 통화의 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됐다. 금융기업들이 주고받는 하루 기한의 자금(오버나이트) 금리는 10%까지 뛰기도 했다.

유동성을 보여주는 레포 금리도 급등했다. 레포는 일정 기간 내 되파는 조건으로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 공급이 늘어나면 레포 금리는 떨어진다. 이에 Fed는 방향을 틀어 다시 국채를 사들이며 사실상 양적완화에 나섰다.

앞서 지난달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미 의회 청문회에서 “4년 전인 2019년에는 대자대조표 축소의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어느날 갑자기 지급준비금이 부족하다는 것을 발견한 2019년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적긴축을 어느 시점에서 멈추는 것이 목표”라면서 “우발적인 지급준비금 부족에 빠지지 않도록 완충 장치가 마련된 상황에서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Fed는 현재 연간 약 1조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도하고 있다. 2019년보다 훨씬 빠르지만 더 넒은 지역에서 이뤄진다. 전문가들은 아직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Fed의 지급준비금에는 3억2000달러가 남아 있다. 은행 시스템이 언활하게 작동하려면 2조5000억달러면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가 완충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역레포는 Fed가 시장 투자자들에게 이후 되사주는 조건으로 채권을 매각하는 것이다. Fed는 유동성을 회수하고,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하는 효과가 있다. 주로 머니마켓펀드(MMF)가 현금을 보관하기 위한 방법으로 역레포에 투자해왔다.

역레포 규모는 현재 1조8000억달러 수준으로 2022년 5월 이후 최저다. 투자자들이 역레포에서 돈을 빼 Fed가 시장에 내놓은 국채를 매수하면서 통화긴축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RBC 캐피털마켓에 따르면 현재까지 재무부가 발행한 국채 수익의 60%는 역레포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차지하고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