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강세를 보였던 미 증시가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지 투자자들의 예측이 엇갈린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한 미 중앙은행(Fed)이 증시 랠리를 꺾을 것이라는 우려와, 인공지능(AI) 관련주 중심의 상승세가 장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가 맞서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지수는 올 들어 36% 오르며 상반기 기준 사상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Fed의 고강도 금리 인상에 성장주가 직격탄을 맞으며 33% 급락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반전됐다.

S&P500도 올 들어 13% 이상 올랐다.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해 10월 12일(3577.03) 대비로는 22% 이상 상승하며 기술적인 강세장에 진입한 상태다. 지난해 상반기 S&P500은 20.6% 하락해 1970년 이후 52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 증시의 강세를 점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통화긴축 정책으로 기업과 가계 모두 높은 이자비용에 시달렸고,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됐다. 지난 3월에는 지역은행들의 파산으로 은행 부실 경고등이 켜졌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고,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에 주식을 고수했다”고 분석했다.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번진 생성형 AI 붐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에서는 기술주 랠리가 지나친 것 같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AI 관련 기업과 애플 등 소수의 우량주만 상승세인 데다, 이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이미 높다는 것이다.



‘Fed 리스크’도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주 미 의회에서 연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약세론자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미국주식 전략가 마이크 윌슨과 JP모간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Fed가 현재의 미 증시 상승세를 멈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올해 통화 긴축의 지속으로 미 경제가 침체에 들어설 경우 S&P500이 최대 23%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주 S&P500이 1.4% 하락해 5주간의 상승세가 끝나면서 이미 상승장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낙관론도 팽팽하다. 우선 역사적으로 S&P500가 상반기 강세였던 해에는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유지한 경우가 많았다. 미국 투자자문사 카슨 그룹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S&P500이 상반기에 10% 이상 상승한 연도에는 하반기에도 평균 10% 이상 상승세를 보였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1929년부터 현재까지 S&P500이 상반기에 10% 이상 상승한 해는 총 28번으로, 이중 7번을 제외한 21번은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최근 기술주 외 산업재 등으로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블룸버그는 “이달 들어 산업재와 소비재 등 경기를 반영하는 업종들도 증시 랠리에 동참했다”며 “이들 같은 경기 순환주들은 강세장 초반에 주가가 오르는 만큼 하반기 강세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