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는 것만 23개…엄격한 UBS의 크레디트스위스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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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파생상품 거래도 제약
스위스 대형 투자은행 UBS가 인수하기로 한 경쟁사 크레디트스위스의 직원들에게 '20여개 금지 행위'를 목록화해 공지했다. 잇단 투자 실패와 고객 이탈 등으로 인해 경영 위기에 빠졌던 크레디트스위스의 사내 문화가 UBS에 전파되지 않도록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UBS는 크레디트스위스 직원들에게 한국 파생 금융상품도 거래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UBS 경영진은 크레디트스위스 직원들의 각종 영업 활동에 대해 제약을 두는 23개의 '레드 라인' 사항을 목록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경영 위기에 처한 CS를 30억스위스프랑(약 4조5000억원)에 인수하겠다며 나선 UBS는 이르면 12일 인수 절차를 완료한다.
UBS가 제시한 레드 라인들에는 11가지 재무 리스크와 12가지 비재무 리스크 사항들이 포함됐다. UBS 임원들은 크레디트스위스 직원들에 리비아, 러시아, 수단, 베네수엘라 등의 위험 국가들의 신규 고객 유치를 금지하고, UBS 관리자의 승인 없이 새로운 금융상품을 출시하지 말 것 등을 요구했다. 잠재적인 자금 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치인과 국영 기업도 신규 고객 명단에서 차단될 예정이다.
또한 크레디트스위스 직원들은 앞으로 한국 파생 금융상품 거래에서 제약을 받게 된다. 2006년 크레디트스위스가 한국 파생상품 거래에서 변동성 헤지를 소홀히 했다가 1억2000만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전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사건으로 결국 경영진까지 교체됐지만, 이후에도 한국 시장에서 관련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게 UBS 경영진의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용기금융, 요트금융 등 전 세계 부호들을 위한 대출 영업에도 제한이 있을 전망이다. 요트, 선박, 부동산 등 6000만달러 이상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을 연장하려면 UBS 경영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콘 켈러허 UBS 이사회 의장은 "우리는 (크레디트스위스 직원들을 대거 들이는 것에 대해) '문화적 오염'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UBS로 데려올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높은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UBS의 컴플라이언스 부서가 이 같은 금지 규정들을 고안한 것은 UBS의 크레디트스위스 인수 거래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UBS 경영진은 크레디트스위스가 리스크를 관리하는 관점과 태도가 부족했기 때문에 각종 금융 스캔들 등 부실이 야기됐다고 보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