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벤처캐피털(VC)로 꼽히는 세쿼이아캐피털이 글로벌 사업부에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사업을 각각 분리하기로 했다.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하면서 중국 사업을 떼어낸 것으로 해석된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쿼이아는 이날 투자자들에 "글로벌 투자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것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면서 내년 3월까지 글로벌 사업부를 미국, 인도(동남아시아), 중국 등 3개 독립 기업으로 분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쿼이아의 주요 파트너인 로엘로프 보타, 닐 션, 샤일렌드라 싱은 "지역 우선 접근 방식을 완전히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부 개편은 미국과 중국 간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가 위축 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표라 주목된다.

세쿼이아는 중국 배달앱 메이퇀,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의 초기 투자자였고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 댄스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근 미국 의회가 틱톡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세쿼이아도 조사 대상이 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결정을 두고 "가장 성공적이었던 미중 투자 동맹의 종말을 뜻한다"고 표현했다.

세쿼이아 중국 법인은 현재 약 560억달러(약 72조 7552억원)의 자금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쿼이아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본사를 두고 있다.

세쿼이야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사업부의 사명도 바꿀 예정이다. 닐 션이 이끄는 중국부는 ‘훙산(Hongshan)’, 샤일렌드라 싱이 이끄는 동남아 지역은 ‘피크 XV(Peak XV)’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세쿼이아의 이번 사업 재편은 중국 사업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쿼이아는 최근 스타트업 기업 업황이 악화하면서 어려운 한해를 보내고 있다. 세쿼이아는 지난해 파산한 가상자산 거래소 FTX에 투자해 대규모 손실을 내기도 했다.

세쿼이아는 그동안 애플, 구글, 페이팔, 줌, 인스타그램 등에 성공적으로 투자하며 세계적인 규모의 벤처 캐피털 회사로 자리잡았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