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헝다그룹. 사진=AFP
중국 상하이 헝다그룹. 사진=AFP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 그룹이 채무불이행에 빠지면서 시작된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부문 재정비를 위한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여전히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먼 상태다. 특히 빌려준 돈을 장기간 받을 수 없게 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영국 경제전문매체 이코노미스트는 헝다 사태 이후 지난 1년간 39개 부동산 개발업체가 1000억달러의 채무불이행에 빠졌지만, 최근 이들 기업이 해외 채권자들에게 내놓은 상환방안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헝다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빚이 많은 부동산 개발회사다. 부채가 약 3000억 달러에 달한다. 2021년 말부터 채무불이행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해외 투자자들은 헝다 제국에 빚 독촉을 해왔지만, 효과가 없었다.

작년에 헝다그룹이 회사의 구조조정 계획을 연기했을 때 채권자그룹은 후이카얀 헝다그룹 회장에게 20억달러의 현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물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 초부터 헝다와 수낙 등을 비롯한 5개 개발회사가 채무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헝다의 채권자 그룹은 10~12년 만기의 새로운 채권을 제시받았다. 또 헝다와 수낙은 부채를 일부 사업의 지분과 교환하는 방안도 채권자들에 제안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는 채권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위기는 모두에게 재앙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우선 일반인들은 그들이 이미 돈을 지불한 부동산이 사라지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현금이 부족한 기업들이 약속한 건물을 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역의 작은 은행들도 개발회사에 너무 많은 대출을 해준 탓에 붕괴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가장 후순위 채권자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피해도 크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외국 자본가들이 운용하는 헤지펀드를 구제하기 위해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만약 중국 부동산 시장이 점진적 회복에 성공할 경우 해외 채권 보유자들은 더 많은 돈을 상환받을 수 있다. 중국 정부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중국의 30개 대도시에서 3월 부동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하는 등 시장 회복도 진행 중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부동산 회복세가 지속된다면 헝다그룹과 수낙의 제안은 개발업체와 채권자들 간에 신뢰를 회복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