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금리에 성장률까지…파월의 오판 또 반복?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MS 서프라이즈'가 '테슬라 쇼크' 지우나 / 美증시 주간전망
리사 쿡 미 중앙은행(Fed) 이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런 말을 했습니다. "대출 축소가 경제에 큰 역풍이 된다면 적절한 기준금리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경제가 강하고 디스인플레이션이 느리다면 우리는 할 일이 더 많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미 중앙은행(Fed) 이사진 중 마지막 공개 발언을 한 인사가 됐습니다.
Fed 인사들이 반복해온 당연한 말이지만 현재 중요한 쟁점이 모두 녹아 있습니다. 5월 FOMC를 포함해 앞으로 한 두 번 올리는 것으로 정해져 있는데 이걸 바꾸려면 대출이 확 줄거나 강한 침체나 디스인플레를 보여주는 지표가 나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주 나오는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빅테크 실적,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답·정·너' 같은 Fed의 긴축 속도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요. 적절한 침체와 적당한 인플레를 통해 조화를 이룰 순 없을까요.
현실은 호락하지 않습니다. 인플레를 잡으려면 경기침체를 각오해야 하고 경기를 살리려면 인플레는 감수해야 합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드러날 하나만 택해야 하는 미·중 관계와 비슷한 양상입니다.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세상을 화두로 이번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Fed가 분기마다 조사하는 대출태도 서베이 자료가 그것입니다. Fed가 직접 은행 대출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조이느냐를 광범위하게 묻는 설문이기 때문에 공신력이 높습니다. 여기서 대출 축소 움직임이 확인되면 Fed의 긴축 속도를 늦춰질 공산이 큽니다. 이 자료는 5월 초에 나옵니다. 대신 28일에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유동성 지표를 발표합니다.
지난주엔 테슬라의 '24 쇼크'가 컸습니다. 1분기 매출은 24%가 증가하고 순익은 24% 꼬꾸라졌습니다. 마의 벽인 20%의 벽이 무너져 뉴욕증시 급락의 원인이 됐습니다. 이번 주엔 이른바 '2AM'의 실적이 증시 분위기를 결정지을 전망입니다. 2AM은 알파벳(Alphabet)과 아마존(Amazon),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Meta)의 앞 글자를 딴 것입니다. 날짜별로 분류하면 알파벳과 MS가 25일, 메타가 26일, 아마존이 27일에 각각 실적을 발표합니다. 이밖에 코카콜라와 맥도널드, 보잉, 인텔, 셰브런, 엑손모빌 등이 실적을 내놓습니다. S&P500 기업의 3분의 1 이상(35%)이 실적을 발표합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1분기 기술주의 이익은 전년 대비 1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2009년 2분기 이후 가장 큰 폭입니다. 다만 빅테크의 실적은 지난해보다는 좋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특히 MS의 실적이 좋으면 증시에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멉니다. 리스크는 여전합니다. 양자택일을 넘어 상호공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한주가 될 수 있을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Fed 인사들이 반복해온 당연한 말이지만 현재 중요한 쟁점이 모두 녹아 있습니다. 5월 FOMC를 포함해 앞으로 한 두 번 올리는 것으로 정해져 있는데 이걸 바꾸려면 대출이 확 줄거나 강한 침체나 디스인플레를 보여주는 지표가 나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주 나오는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빅테크 실적,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답·정·너' 같은 Fed의 긴축 속도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요. 적절한 침체와 적당한 인플레를 통해 조화를 이룰 순 없을까요.
현실은 호락하지 않습니다. 인플레를 잡으려면 경기침체를 각오해야 하고 경기를 살리려면 인플레는 감수해야 합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드러날 하나만 택해야 하는 미·중 관계와 비슷한 양상입니다.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세상을 화두로 이번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Fed가 들쑥날쑥한 이유는
대부분의 예상은 번번이 빗나갑니다. 그래서 전망은 틀리기 위해서 한다는 말까지 합니다. Fed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Fed가 분기마다 내놓는 경기전망은 백발백중이 아니라 '백발영중'이었습니다. 하반기만 예로 들면 Fed는 지난해 6월에 2022년 미국 국내총생산(Fed) 증가율을 1.7%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다 같은해 9월 지난해 성장률 전망치를 0.2%로 갑자기 낮췄습니다. 당시 인플레이션 예상치도 높아지고 성장률 전망치도 확 떨어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며 증시에도 큰 충격을 줬습니다. 그러더니 지난해 12월엔 2022년 성장률 전망치를 0.5%로 다시 높였습니다. 연말 막바지였던 만큼 실제 성장률과 크게 차이가 없을 것으로 봤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실제 지난해 성장률은 2.1%였습니다. 오차가 무려 3배가 넘었습니다. 이런 오판이 따로 없습니다. 차라리 안 한만 못한 전망이었습니다. FOMC 인사들의 개별 전망치의 중간값을 Fed의 대표 전망치로 채택하는 데서 오는 오류입니다. 또한 경기보다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두는 Fed의 구조적인 특징에서 비롯되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올해 전망도 틀리는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6월만 해도 1.7%로 잡았습니다. 그러다 석달 뒤 1.2%로 내렸고 연말엔 0.5%로 재차 떨어뜨렸습니다. 지난 3월엔 0.4%로 재차 하향조정했습니다. 그나마 계속 전망치를 내리는 일관성이 있기는 했지만 이번엔 다른 기관과 너무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Fed와 반대로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엔 올해 미국이 1.0% 성장할 것으로 봤다가 올 1월엔 1.4%로 높였습니다. 그러다 이번엔 1.6%로 재차 올렸습니다.한·미 성장률도 역전
이런 논란 속에 미국의 1분기 GDP가 27일에 나옵니다. 시장의 컨센서스는 연율 기준 1.8~2%입니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실시간 GDP 예측 프로그램인 'GDP 나우'의 전망치는 2.5%입니다. 시장 예상에 근접하게 1분기 GDP가 나온다면 올해 미국 경기는 어떨까요. IMF의 예상이 맞다면 미국은 경기둔화나 완만한 경기침체로 선방하게 됩니다. 반대로 Fed가 명예회복을 하면 미국 경기는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의 1분기 GDP 증가율 지표도 한국시간으로 25일 정오(미국 동부시간 24일 오후 11시)에 나옵니다. 지난해 4분기 -0.4%에서 플러스로 전환했을 것이란 예상대로 나올 지 관심입니다. 다시 마이너스이면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지게 됩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분기에 소폭 플러스 성장을 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 은행대출
Fed의 긴축 속도를 늦출 확실한 후보는 은행 대출입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은행 대출 축소로 인해 더 이상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없다고까지 얘기했습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은행 대출 축소가 기준금리 한 두번 인상 효과를 갖는다고 인정했습니다. 아직까진 은행들이 대출을 줄였다는 확실한 증거는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은행 전체적으로 예금은 계속해서 빠지고 있지만 우려했던 소형은행의 '뱅크런'은 사실상 끝이 난 분위기입니다. 소형은행의 예금이 빠지면 소형은행 포트폴리오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런 가능성도 줄어드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은행 대출 담당자들이 대출을 줄이거나 심사를 강화한다는 얘기가 나오면 단기적으로 신용경색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강도가 얼마나 클 지는 5월초에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Fed가 분기마다 조사하는 대출태도 서베이 자료가 그것입니다. Fed가 직접 은행 대출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조이느냐를 광범위하게 묻는 설문이기 때문에 공신력이 높습니다. 여기서 대출 축소 움직임이 확인되면 Fed의 긴축 속도를 늦춰질 공산이 큽니다. 이 자료는 5월 초에 나옵니다. 대신 28일에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유동성 지표를 발표합니다.
'2AM'의 실적이 중요
1분기 어닝시즌이 정점에 달하는 주간입니다. 주인공이 은행에서 빅테크로 넘어오는 시기이기도 합니다.지난주엔 테슬라의 '24 쇼크'가 컸습니다. 1분기 매출은 24%가 증가하고 순익은 24% 꼬꾸라졌습니다. 마의 벽인 20%의 벽이 무너져 뉴욕증시 급락의 원인이 됐습니다. 이번 주엔 이른바 '2AM'의 실적이 증시 분위기를 결정지을 전망입니다. 2AM은 알파벳(Alphabet)과 아마존(Amazon),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Meta)의 앞 글자를 딴 것입니다. 날짜별로 분류하면 알파벳과 MS가 25일, 메타가 26일, 아마존이 27일에 각각 실적을 발표합니다. 이밖에 코카콜라와 맥도널드, 보잉, 인텔, 셰브런, 엑손모빌 등이 실적을 내놓습니다. S&P500 기업의 3분의 1 이상(35%)이 실적을 발표합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1분기 기술주의 이익은 전년 대비 1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2009년 2분기 이후 가장 큰 폭입니다. 다만 빅테크의 실적은 지난해보다는 좋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특히 MS의 실적이 좋으면 증시에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PCE 물가도 '데드 크로스' 일어나나
3월 PCE 물가도 공개됩니다. CPI처럼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헤드라인 물가는 둔화할 전망입니다. 시장 전망치는 전년 동기대비 4.5% 상승입니다. 2월의 전년동기대비 상승률은 5%였습니다. 문제는 근원 물가입니다. CPI에서 봤듯 끈적끈적할 수 있습니다. 3월 근원 PCE 전망치는 4.6%입니다. 이렇게 되면 CPI와 마찬가지로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체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을 뛰어넘는 '데드 크로스'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 정도 수치가 나오면 5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PCE 물가 둔화폭이 예상보다 크면 Fed 인사들은 고민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미 Fed가 내놓는 기대인플레는 2.22%로 지난해 12월의 2.31%보다 완화했습니다. 2021년 6월 21개월내 가장 낮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고비는 넘었습니다. 은행 위기가 신용 불안 정도로 사그라들었습니다. 인플레도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하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멉니다. 리스크는 여전합니다. 양자택일을 넘어 상호공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한주가 될 수 있을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